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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장세 … ‘뱀의 머리’ 노려 볼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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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주식시장이 세상을 닮았다. 나라 경제 규모(GDP)는 늘었다는데, 서민층 삶은 팍팍하다. 코스피 지수 2100선 돌파를 시도한다는데 내 주식은 제자리이거나 뒷걸음질 친다.

개인투자자 어떻게 투자할까 #‘신고가 행진’대부분 대형 가치주 #개인이 선호하는 중소형주 소외돼 #거래소 지수 개편종목 주목해볼 만

증시도 ‘부익부 빈익빈’인 탓이다. ‘큰놈’만 잘 나간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200만원 고지를 넘었다. 8일엔 203만1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9일도 201만원으로 마감하며 200만원 선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선전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에도 코스피 지수는 2100선 문턱을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를 빼더라도 대형주 장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52주(최근 1년)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은 37개(우선주 및 상장된 특별자산펀드 등 제외)다. 이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0위권 내 종목이 14개에 이른다.

특이 이 가운데 삼성전자를 포함한 5개 종목은 시총 상위 20위권에 드는 초대형주다. POSCO·KB금융·SK텔레콤·현대중공업 등이다. 주로 외국인이 선호하는 종목이다. 외국인 수급에 힘입어 박스권을 뚫고 올라왔다.

시장이 대형주 위주로 흘러가면서 ‘물’을 먹는 것은 개인 투자자다. 개인들은 급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중소형주 위주로 매매한다. 주가가 떨어져도 막연한 기대감에 ‘물타기’를 한다. 주가가 내리면 더 사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춘다.

물타기 전략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손절매가 수익을 지키는 길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개인들은 손을 자르기 아까워 가망없는 종목을 들고 ‘비자발적’ 장기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중에는 손이 아니라 팔을 자르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중소형주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은 작게 본다 . 그래도 이미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대형주에는 손이 안 간다면 10일 거래소 지수 개편 때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체급을 바꾸는 종목을 노려볼 만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거래소는 1년에 한번 지수를 바꾼다. 올해는 10일이 변경일이다. 변경일 이전 3개월 일일 평균 시총을 기준으로 대형주는 시총 1~100위, 중형주는 101~300위, 소형주는 301위 이하의 종목으로 나눈다.

이 가운데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갈아탄, 이른바 ‘용의 꼬리’에서 ‘뱀의 머리’가 된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싸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체급을 바꾸면서 중형주 리그에서는 비중이 커졌다. 중형주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은 펀드는 이들 종목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운용사에 위탁 운용을 맡긴 중소형주 펀드는 중소형 지수 구성 종목을 70% 이상 편입할 것을 요구한다”며 “때문에 중형주 지수에 새로 들어간 종목에는 연기금 매수세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중소형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국민연금 위탁 기금 규모는 6조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주가가 떨어져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변경된 종목은 13개다. 지난해 3월 지수 변경 이후 연말까지 누적 수익률(시가총액 가중평균)은 9.9%다(거래 정지된 대우조선해양은 제외).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9%)을 7%포인트 앞섰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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