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캄보디아의 '큰손'? 프놈펜사무소 진출까지

중앙일보

입력

프놈펜시 신도시 개발사업, 여신전문 은행 2곳, 프놈펜과 씨엠립의 부동산 사업장 10여 곳….

부실저축은행 과거 '묻지마 투자' #4900억원 어치 자산 묶여 있어 #캄보디아 경제 성장에 기대 #

예금보험공사가 캄보디아에서 관리 중인 자산들이다. 본의 아니게 캄보디아의 ‘큰손’이 된 예보가 9일 캄보디아 프놈펜사무소를 열었다. 예보의 첫 해외 사무소다. 이날 개소식에서 곽범국 예보 사장은 “그동안은 지리적 여건과 상이한 업무환경 때문에 (캄보디아에서) 의도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프놈펜사무소 개설을 계기로 캄보디아 사업의 정상화를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이 2006년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시에서 추진했던 '한국형 신도시' 캄코시티의 조감도.

부산저축은행이 2006년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시에서 추진했던 '한국형 신도시' 캄코시티의 조감도.

예보의 캄보디아 현지 자산은 약 4862억원 규모로 전체 해외관리자산(6193억원)의 78.5%를 차지한다. 모두 부실 저축은행이 투자했던 자산이다. 2006~2011년 부산ㆍ토마토저축은행 등은 캄보디아 시장에 앞다투어 진출했다. 당시엔 해외진출의 성공사례로 포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리한 ‘묻지마 투자’로 결국 저축은행은 파산했고 그 자산은 예보로 넘어왔다.

예보는 금융회사가 파산하면 예금자당 5000만원 한도로 원리금을 보장해주는 기관이다. 또 부실 금융회사의 자산을 매각해 그 실적에 따라 예금자에게 돌려준다. 따라서 예보 입장에서는 가급적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을 빨리 매각해서 회수해야 예금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 있는 자산의 매각엔 애를 먹었다. 현지의 공동사업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어서다. 예보 관계자는 “보유한 사업장 중에 아무 문제가 없는 사업장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매각 장애요인을 정리하는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이해당사자가 있는 현지에 사무소를 내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예보는 캄보디아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 자본은 캄보디아에 대해 공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캄보디아가 2019년까지 연간 7%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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