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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교 길이 무섭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등·하교길이 무서워 학교 가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온지는 오래됐다. 골목마다 불량소년이 득실거리고 폭력과 금품털이가 횡행하기 때문이다.학 생들은 봉변에 대비해 아예 비상금을 준비해 다니고 골목길은 뛰어서 통과하기 일쑤다.
서울의 어느 국민학교 어린이가 네차례나 돈을 털리고도 보복이 두려워 부모에게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고민하다 자살한 사건도 바로 이같은 경우다. 아무리 무서운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해도 자신의 목숨까지 끊는 요즘 어린이들의 나약성도 보통일이 아니지만 학교 주변환경이 얼마나 살벌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즐겁고 명랑해야할 등·하교길이 주먹패들의 행패로 불안과 공포의 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학교주변의·폭력은 수법이 성인범죄를 뺨칠 정도로 흉포하고 잔인한 양상마저 띠고 있다. 금품은 물론 옷과 신발까지 벗겨가고 입을 열지않게 하려고 칼을 찔러 상처를 내기도 한다. 이번에 자살한 어린이도 그랬다.
얼마나 겁에 질렸던지 지난달 9일부터 네차례에 걸쳐 현금과 통장까지 털리고도 혼자서 고민해야 했던가를 감히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사회정화위원회가 작년에 서울등 6개도시의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33%가 돈을 빼앗겼거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도라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서울 강남의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1학년 3개학급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훨씬 넘는 56%가 피해학생 이었다. 폭력배들은 버젓이 범죄조직화하고 있으며 그 수도 날로 늘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범죄꾼들이 워낙 많고 무대가 광범위해 예방이 어렵고 교사들도 신변위협을 무릅쓰고 늘골목을 지키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방치하고 있을수 없다. 범죄의 급증원인을 분석해 이에 대처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사건의 범인도 그러하지만 대부분의 폭력배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거나 퇴학당한 청소년들이다.
더구나 학교주변은 범죄를 유발할 각종 유해업소들이 즐비하다. 돈놀이 만화가게,외설서적,음란비디오,전자오락실등 퇴폐상혼이 난무하고 심지어 매춘행위까지 하고있다. 서울 어느 고등학교는 반경 2백m안에 향락과 퇴폐업소가 74군데나 있다고 한다. 학교를 가지도 못하고 배회하는 폭럭배들은 이같은 퇴폐온상들이 호기심의 대상이고 출입을 자주하다 보면 돈이 필요해 범죄에 빠지게된다. 물론 산업사회의발달과 핵가족화, 인간성상실, 금전만능주의등 건전치 못한 전체사회의 풍조도 원인일수 있다. 그러나 학교주변만이라도 깨끗이한다면 청소년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드는 경우가 한결 덜할것이다.
학교주변정화와 미진학, 퇴학생들의 처리문제등 문제 청소년에 대한 근원적인 대처방안과 경찰의 단속, 학원의 선도기능강화등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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