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탄핵 반대' 탄원서 놓고 쪼개진 한국당…인명진 비토 움직임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각하·기각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자유한국당 의원이 60명에 달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탄원서 작성을 주도한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탄핵의 정당성과 절차성에 문제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은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과 함께 서명 작업을 주도한 김진태 의원은 전날 헌법재판소에 현역 의원 58명과 원외당협위원장 90여 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이미 제출했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2명 추가됨에 따라 탄원서를 다시 제출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60명이 서명에 참여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기류가 변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반대(56표)와 기권(2표)을 합한 58명을 넘어선 까닭이다. 다만, 당시 무효 7표를 반대 뜻으로 해석하면 의원들의 지형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명을 주도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표결 당시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 확실시 되는 이정현·정갑윤 의원이 탈당했기 때문에 60명에는 두 사람이 포함되지 않아 최소 4명 정도는 입장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을 표명한 의원도 몇 명 입장을 바꿔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소속 의원(94명)의 63.8%인 60명이 탄핵 각하·기각을 주장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여전히 이를 당론으로 하는 데 부정적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 전 “개인들의 의견은 좋다”면서도 윤 의원 등과 통화한 사실을 거론하며 "당론과 결부시키지 말라”고 일축했다. 인명진 위원장 역시 지난 6일 “(태극기 집회의) 광장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결코 편승하지 않겠다”며 “정치인으로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본인의 정치적 소신과 자율일 수 있으나 엄중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찾는 게 우선시 돼선 안 된다”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의원들을 비판했다.

그러자 친박계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선 인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비토(거부권 행사) 움직임이 있다”며 “조만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당내에서만 60명의 의원이 서명했는데 지도부는 당원 투표도 부치지 않았다"며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당 지도부가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러한 친박계의 움직임에 대해 비박계에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내분이 격화되고 ‘도로친박당’이 되면 좋을 게 없다. 다 같이 죽는다”고 비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