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는 지금 자원 전쟁 중. 10년은 짧다 100년 내다봐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SK㈜가 미국 데본에너지와 함께 개발 중인 브라질 해상 유전. 2000년 탐사를 시작해 이르면 2007년께 원유를 뽑을 예정이다. 해외자원 개발은 이렇게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중앙포토]

전 세계가 에너지.광물자원 확보에 혈안이다. 선진국의 거대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뿌려가며 세계 곳곳에서 유전.가스전.광산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도 자원 확보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그러나 여기에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던지는 충고가 있다.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던지는 말이다. 한국 기업들은 당장 수익이 날 것 같지 않거나, 현금이 필요할 때 해외 유전.광산을 매각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적이 많았다.

팔아치웠다가 땅을 친 대표적 사례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이다. 1996년 정태수 당시 한보그룹 총회장은 이 가스전 개발권을 소유한 러시아 회사 지분 27.5%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다 한보 비자금 사태가 터졌고 한보는 부도 위기를 맞았다. 현금이 급했던 한보는 이 가스전 지분을 3000만 달러(약 300억원)를 받고 영국 석유회사에 팔았다. 그러나 이 가스전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매장량만도 10억t. 한국이 6년 넘게 쓸 물량이다. 3000만 달러에 매각한 지분 가치는 현재 20억 달러(약 2조원)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가스채굴권 회사의 최대주주 자리를 지켰으면 이르쿠츠크 가스전 인근에 있는 시베리아 유전 개발사업을 따냈을 가능성도 컸다. 또 러시아가 구상 중인 동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100억 달러 규모의 가스관.송유관 공사를 따내기도 수월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최초의 해외 석유개발 사업인 인도네시아 서마두라 해상 유전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81년 민간기업인 코데코에너지가 시작한 이 유전은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85년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처음에 너무 많이 뽑아내는 바람에 유전의 압력이 떨어졌다. 결국 매장량의 일부만 뽑아내고 문을 닫아야 했다.

코데코는 99년 지분 절반을 아르헨티나 국영석유회사에 넘겼다. 2000년과 2001년 이 유전에서 새로운 광구가 개발됐다. 요즘에는 하루 1만1660배럴의 원유와 5000만 입방피트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지분을 팔지 않았다면 더 많은 수익을 코데코에 안겨줬을 것이다. 호주 스프링베일 유연탄 광산은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에 지난해 85억원의 수익을 안겨줬다. 원래 이 광산은 삼성물산이 지분 50%를 보유했었다.

삼성물산이 외환위기 이후 사업을 정리하려 하자 98년 광진공과 SK가 삼성 지분을 절반씩 사들였다. 광진공 이길수 해외자원본부장은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삼성이 성공하지 못한 사업을 왜 사들이느냐는 비판이 거세 사외이사 등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광진공은 광산에 투자한 원금(238억원)을 모두 회수한 것은 물론 앞으로 최소 30년간 투자금의 10배가 넘는 25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권혁주.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