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경쟁과 협동' 은 자본주의 양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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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은 자본주의의 바탕=자유와 경쟁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기본 원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고 서로 경쟁하며 일한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기업은 또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다른 기업과 경쟁한다. 예컨대 장사가 잘 되는 업종으로 바꾸거나 이윤이 많이 생기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기업의 경쟁으로 소비자는 질 좋고 값싼 제품과 더 나은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경쟁이 없다면 국가는 발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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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1776년)을 쓴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1723~90년)와 진화론의 주창자인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82년)은 일찍이 자유 경쟁을 역설했다.

스미스는 모든 사람이 이기심에 따라 앞다퉈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도록 놓아두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간섭하지 않아도'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경제 활동이 조정되고, 개인과 사회의 조화가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가격의 자동 조절 기능으로, 이 기능에 의해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1859년)에서 자연의 선택에 의한 적자생존론을 주장했다. 생물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생존경쟁을 벌여 적합한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는 말이다. 그는 "생존경쟁이 얼핏 잔혹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밝혔다. 이는 스미스의 시장경제 이론과도 통한다.

그러나 다윈은 적자생존 못지 않게 협력과 공생도 진화의 중요한 원천으로 여겼다. 실제로 인간과 동식물의 세계엔 경쟁만 있는 게 아니라 동맹관계도 존재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특히 이기적 본성뿐 아니라 이타성도 함께 지닌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동정하고 협력하면서 살아갈 때 더 큰 행복을 누린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 사회연구소는 2002년 '남을 돕는 사람이 훨씬 오래 산다'는 가설이 입증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 경쟁의 빛과 그림자=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세계화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세계화는 나라 사이의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고, 기업과 개인에게도 한층 강도 높은 경쟁을 요구한다.

그런데 경쟁은 없고 협동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약육강식의 비정함은 없겠지만 발전을 이끌어낼 동력도 함께 사라져 사회가 발전하지 못한다. 사회나 국가의 보호에만 기댄 채 다른 사람의 노력에 무임 승차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실패로 끝난 공산주의가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고 무한 경쟁만 강조하면 낙오된 사람이 재기할 기회가 없어 문제가 된다. 이들은 사회 불만 세력으로 변해 갈등을 부르고 결국 공동체의 평화와 발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공산주의 창시자인 칼 마르크스(1818~83년)는 "자유 경쟁은 결국 독점으로 이끈다"는 주장을 펴 경쟁의 부작용을 비판하기도 했다. 경쟁을 통해 시장을 장악한 독점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고 폭리를 취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독점을 막는 장치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 바람직한 경쟁이란=개인이나 기업 등 경쟁 참여자는 같은 조건과 원칙 아래서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오직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서로 배려하고 발전하는 경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개인이나 기업은 불공정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속임수나 담합 등을 동원한 불공정 경쟁은 사회 질서를 무너뜨린다.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는 생활비를 보조하거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약자를 보호한다. 또 과당 경쟁에서 오는 피해를 줄이고 적정한 수준의 경쟁이 유지되도록 기준을 마련하며 감독한다. 지나친 정부의 개입은 불공정 경쟁을 부를 수 있다. 스크린쿼터제나 산업 육성 보조금 지급 등은 국내에선 필요한 조치지만 외국인의 눈엔 불공정한 경쟁 수단으로 보이기 쉽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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