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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한도축소…이 얘기 믿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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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취지로 마련된 주택담보대출 규제책이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권 등 투기지역에서 아파트를 살 때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있는 대출액을 집값(금융기관 감정가)의 40%까지로 제한했다. 그러나 일부 금융권은 시세의 80%까지 대출하고 있다.

또 투기지역 내 새 아파트 분양시 중도금 대출액을 분양가의 40%로 낮췄으나 계약자들은 제2금융권 등을 통해 이전과 다름없이 60%까지 받고 있다. 제2금융권은 이자율이 연 1~3%포인트 더 비싸다. 따라서 대출 규제책이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면서 실수요자에게 높은 이자만 부담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 아파트 시세의 85%까지=서울 서초구 A아파트 43평형을 7억7000만원에 최근 장만한 김모씨는 A생명을 통해 집값의 50%인 3억9000만원을 대출받았다.

A생명은 "6억2000만원까지 가능하니 얼마든지 빌려가라"고 권했다고 한다. 신모씨도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주기 위해 B은행에 자신의 서초동 아파트 담보대출 문의를 한 결과 아파트 값의 60%까지 대출(3년만기)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담보대출 관련 1단계 대책을 시행하면서 투기지역 내 6억원이상 주택, 10년초과 만기대출의 LTV(담보 인정 비율)를 60%에서 40%로 낮췄다. 그러나 보험사뿐 아니라 은행도 단속을 피해 이전과 같은 LTV를 유지하고 있다.

C캐피털 등 외국계 여신기관을 이용할 경우 다주택자라도 투기지역에서 아파트값의 85%까지 빌릴 수 있다.

은행은 이자가 연 5.30~5.88% 수준이지만 여신전문기관은 연 6.89~8.89%로 올라간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은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제1금융권과 같은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며 "은행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규정에 막혀 제2금융권에 비싼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부작용도 고쳐야한다"고 말했다.

분양현장서도 유명무실=새 아파트 분양 때도 대출 규제책이 잘 먹히지 않는다. 최근 수도권 투기지역에서 40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정모씨는 분양가(3억8000만원)의 60%인 2억2800만원을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았다.

정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건설회사가 알선한 제2금융권을 통해 어려움 없이 조달한 것이다.

정부는 투기지역 내 청약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분양가의 60%였던 중도금 대출액을 40%로 낮추고 기존 담보대출이 있는 경우엔 아예 대출을 못받게 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분양 촉진을 위해 분양가의 40%까지는 은행에서, 20%는 제2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도록 알선한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장현기 팀장은 "제2금융권의 대출이 투기에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규제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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