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파 노선투쟁 정리|25일 열리는 중공당 13차 전국대표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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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년만에 개최되는 25일의 중공 제13차 당전국대표대회는 중공 개혁정책의 최대 장애가 돼온 보수파와 개혁파의 노선투쟁을 정리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실권자 등소평을 주축으로 한 개혁파는 4천4백만 당원을 대표해 열리는 이번 당대회에서 지도층의 근간을 이루어 온 고령·보수정치인들을 대거 퇴진시키는 과감한 인사개편을 통해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있다.
또한 그 토대 위에 그들이 추구해 온 노선을 이어갈 후계자 체제를 구축, 개혁·개방정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사회주의 이념의 정통성과 국가계획경제를 고집하는 보수파의 반발에 맞서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79년이래 개혁·개방정책을 힘들게 추진해 온 개혁파들은 정책추진의 가속화를 위해 안정된 정치기반을 확보해야한다는 목표를 이번에 실현시키려하고 있는 것이다.
등을 위시한 조자양 총서기서리및 수상등 개혁파들은 그동안 자유시장경제확대, 선진외국으로부터의 자본·기술도입, 정·경분리정책등의 경제개혁정책을 추구해 오면서 정작 경제정책의 결정·수행을 하는 정치기구의 획기적인 변화없이 경제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은 듯 하다.
등은 정책실행과정에서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입각한 당의 간섭이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의지실현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정통성에 집착하고있는 고령·보수주의자들이 계속 버티고 있는 현 지도층을 연소화하고 대신 개혁추진에 필요한 젊은 기술관료들을 대거 영입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 당대회에서 개혁파세력들은 중공권력의 정점인 정치국및 상무위원회의 고령지도자들을 거의 퇴진시키고 총서기에 등의 후계자인 개혁파 조자양을, 수상에 이붕(현 부수상),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에 만리(부수상)등을 앉히려는 막후공작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등은 보수파의 주도세력인 팽진(전인대 상무위원장) 진운(당 기율검사위 주석) 이선념(국가주석)등의 퇴임을 종용하면서 이들이 은퇴하면 자신도 정치국 상무위원직·중앙고문위원회 주임직등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개혁정책 도임 이후 이념의 정통성이 허물어지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무역적자·물가앙등이 심하다고 개혁파를 수시로 공격해온 보수세력들이 별 도전이나 반발없이 개혁파의 요구에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지난 1월 보수파의 도전을 무마하기 위해 개혁의 중심세력이며 등의 오른팔이었던 총서기 호요방을 퇴진시켜야 했던 등은 그 이후 개혁파의 전반적인 주도권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보수파의 반발을 무마하는 신중을 기해왔다.
그런 배경에서 지난 8월에도 보수파의 반발로 8명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당적을 박탈당해야했으며 이번에 보수계 인물인 이붕을 수상으로, 양상곤(당군사위부주석)을 국가주석겸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거론하는 것도 타협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이달들어 보수파의 거두 팽진이 상무위원장직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으며 등도 『고령지도자들이 은퇴하려 하지 않아 큰 골칫거리』라고 여러번 말해왔다.
이념의 정통성 확립을 외치는 보수파의 주장은 사회주의 노선과 공산당의 지도체제 등을 중공사회주의의 기본노선으로 채택하고 있는 중공에 있어 명분상으로는 보수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출입통제를 가져온 이번달 티베트주민들의 독립운동은 개혁파의 대외개방정책에 대한 보수파의 반격기회를 제공했으며 86년의 10%물가상승, 3백50억달러의 대외부채등도 보수파의 입장을 강화해 주었다.
등은 두 노선간의 딜레머속에서 그동안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당의 지도체제를 인정하는 것과 개혁·개방정책추진은 양립될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같은 상태를 중공경제낙후성에 부응하는 「초기사회주의단계」로 정당화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당대회를 앞둔 현시점에서 볼 때 중공의 가난을 구제할 다른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보수파에게 실리추구의 개혁·개방정책자체가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문제는 개혁정책의 실리와 이데올로기의 명분을 이론적으로 잘 조화·납득시켜 보수파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내 정책을 가속화시키고 어떻게 무난히 등이후의 후계자 체계를 구축하는 가에 있다.

<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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