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길잡이"로 조용한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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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1일은 경찰창설 42돌.
광복직후 45년10월21일 미군정청산하 「경무국」으로 첫 출발한 국립경찰은 이제 장년의 연륜을 쌓으며 12만4천명(경찰관 6만5천, 전·의경 5만9천)의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 발전했다.
총사령탑 치안본부산하에 13개 경찰국과 1백98개 경찰서, 3천1백75개 지파출소 치안조직망을 구축하고 24시간 시민의 생명과 재산, 사회의 안녕질서를 지키는 「법치의 파수꾼」경찰-.
그러나 민주화의 역사적 전환기를 맞아 경찰은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변신의 갈림길에서 새로 태어나는 진통과 모색을 하고 있다.
안보와 성장이 민권을 압도해온 지난 40여년 시민 위에 군림하던 일제경찰의 유산에다 독재권력의 정치적 이용까지 가세해 「민중의 지팡이」가 「민중의 몽둥이」로 비난받기도 했던 타성과 비리를 말끔히 씻고 시민의 미더운 길잡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은 경찰내부에서 조용한 혁명으로 진행중이다.
지난 2월 박종철군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고문금지, 강제동행 및 장기구금금지, 선증거수집 후범인체포 등 일련의 수사과학화 체질개선작업은 최신 이동감식차량도입, 성문감식같은 각종 과학수사장비의 보강과 「수사요원관리지침」시행 등 끊임없는 수사관자질향상운동에 힘입어 내실이 다져지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경찰의 제도적 정착을 위한 과제인 수사권독립·경찰중립화 논의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지방자치의 실시에 맞춰 지방경찰의 자치경찰화로 치안행정의 중앙집권을 막고 지역사회 주민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돼야할 현안.
양대선거와 정부이양, 올림픽이 예정된 앞으로 1년은 경찰에게도 일찌기 없던 변혁기-. 그러나 국법질서와 시민의 생활을 지키는 경찰의 사명은 변함이 있을 수 없고 장년경찰은 능히 그 사명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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