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실험해온 동창리서 … 김정은 '강대강' 마이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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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미사일 도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에 ‘동창리’ 세 글자가 들어가면 안보 당국자들이 더 긴장한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까지를 목표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실험을 진행해온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타이밍뿐 아니라 장소도 강대강으로 대담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동창리에서 ICBM용 신형 엔진 분출 시험을 진행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 당국이 공개한 여러 장의 사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등장했다. 북한이 6일 오전 7시34분 이곳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는 소식에 ICBM 가능성이 거론된 배경이다. 그러나 군 발표에 따르면 6일 김 위원장이 발사 버튼을 누른 미사일은 4기 모두 평균 1000㎞ 비행하는 데 그쳤다.

북 미사일 발사 장소의 정치학 #일본 EEZ도 침범, 미·일 동시 자극 #내륙 통과는 미사일 완성도 자신감 #내달 김일성 생일, 더 큰 도발할 수도

북한은 지금까지 1000㎞가량의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이나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을 택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에 맞서기 위한 북한 나름의 교란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서해 동창리에서 북한 내륙을 넘어 동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사일 4발 중 3발이 일본 EEZ에 떨어졌다. 동창리는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으며 평양에서 서북쪽으로 205㎞, 중국 단둥(丹東)에서는 동남쪽으로 약 56㎞ 떨어져 있다. 북한 내륙 상공을 통과하는 방법을 택한 것은 미사일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일본 EEZ를 겨냥해 일본 정부를 자극한 것도 의도성이 짙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일본 EEZ를 침범한 것은 7개월 만이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 아베 총리를 자극하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걸 계산에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군 출신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번에 북한이 4발을 발사한 것은 일본 내 미군 기지를 동시 다발로 공격할 수 있다는 모습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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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전략적 도발의 신호탄이란 분석도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오래전부터 미사일 발사와 개발을 계획했다”며 “ 계속 시험 발사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고를 수 있는 도발 타이밍은 넘친다. 우선 다음달 15일인 김일성의 105주년 생일 전후가 꼽힌다. 다만 기술적 결함, 전략적 이유 등으로 바로 ICBM을 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남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추이를 보아가며 도발의 종류와 강도를 달리할 것”이라고 봤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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