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명 탄 이집트 여객선 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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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파가 항으로 가던 도중 침몰한 파나마 선적의 알살람 보카치오 98호.

승객 1310명과 승무원 등 1400여 명을 태우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집트로 가던 1만1779t급 여객선이 홍해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4일 0시(한국시간)까지 100명의 시신이 인양되고 100명이 구조됐으나 악천후로 구조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어 사망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오후 7시 사우디 서부의 두바항을 떠나 이집트 동부의 사파가항으로 가던 파나마 선적의 알살람 보카치오 98호가 3일 0시 무렵 홍해에서 침몰했다고 BBC와 CNN 등이 3일 이집트 해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선박은 이날 오전 3시쯤 사파가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사고 당시 홍해에는 거센 바람과 함께 파도가 높게 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곧바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 선박을 소유한 이집트 해운회사 관계자는 "보카치오 98호가 두바항을 떠나 100㎞를 항해한 이후 자정 무렵 긴급 구조요청도 없이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사고 선박에 탄 승객은 대부분 이집트 노동자이며 이슬람 교도의 성지인 사우디의 메카에서 성지순례(하지)를 마치고 귀국하던 무슬림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우디와 수단.소말리아 등지의 외국인도 100여 명이 포함됐다"고 이집트 해운 당국자가 밝혔다.

이와 관련, 주 이집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사고 선박에 한국인은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길이 118m에 1487명을 태울 수 있는 사고 선박에는 당시 트럭 5대와 승용차 22대가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해 수색을 통해 사고 현장을 확인한 이집트와 사우디 해운 당국은 사고 지점 부근에 구조선과 헬기를 긴급 투입해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기상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70년에 건조된 보카치오 98호와 규모.구조가 같은 이집트의 한 여객선이 지난해 10월 홍해에서 화물선과 충돌사고를 일으켜 42명의 사상자를 냈었다.

장세정.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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