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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있는책읽기] 53개국 어린이 얘기 그 안의 다름과 같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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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도를 펼치고 말리의 위치를 딱 짚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월드컵 본선 상대 국가인 토고같은 나라도 아직 '아프리카'라는 통칭으로 불릴 때가 더 많다. 서구인들이 우리를 그저 '아시안(아시아 사람)'으로 여긴 것처럼 말이다. 지리에 대한 관심은 구체적인 것 각각의 가치를 똑같이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지리책을 읽는 일은 나와 다른 삶 하나를 더 배우는 일이자 나와 닮은 삶 하나를 더 아끼는 일이기도 하다.

'얘들아, 안녕'(소피 뷔로.피에르 베르부 글, 우버 오메르 사진, 비룡소)은 53개국 어린이가 가족을 소개하는 편지 모음집이다. 지도와 가족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은 흔히 '대표적'이라고 꼽는 국가나 '주요' 도시의 삶 만을 다루지 않는다. 나미비아나 아이티에 사는 친구까지 두루 만나게 해준다. 게다가 책 속의 친구들이 사는 곳은 모두 수도가 아닌 외곽 지역의 작고 아담한 마을이며 등장 인물들은 이른바 '보통 사람'들이다. 편지 속의 누구도 "우리 가족이 이러니까 우리나라는 이런 나라야"라고 섣불리 뭉뚱그려 얘기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살이는 다 비슷하다.

보편성과 특수성은 세계를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해주는 두 가지 안경이다. 논술문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논거들 사이의 보편적 연관을 밝히는 데만 매달리면 자칫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반면 개별 사례의 특수성과 차이만 강조하면 가설이나 추론 자체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어린이들과 세계의 다양한 '가족'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그 안에 담긴 인간 삶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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