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 예방책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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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자와의 접촉도 없었다. 여성과의 성적인 관계도 물론 없었다. 동성연애자는 더더욱 아니다.
이제 겨우 아홉살 난 소년이기 때문이다. 이 순진무구한 아이가 천하에 몹쓸 병 AIDS(후천성면역결굅증)에 감염뵀다. 혈우병을 앓아온 이 소년은 혈액제제 주사를 수년동안 맞아왔는데 이 주사약중 미국에서 수입한 일부를 살균소독하지 않은채 주사한 것이 이 불치병에 감염된 원인이라고 한다. 미국의 AIDS환자혈액제제를 한국의 소년이 주사맞고 같은 병에 감염된 것이다.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은 첫 케이스는 아니지만 어린이 환자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수 없다.
이 어린 환자의 혈우병은 지난 83년에 발병했고 그때부터 미제 혈액제제를 주사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약품에 AIDS 예방처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 85년부터라고하니 그 사이 2년동안 수입된 주사액에 혐의가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간동안에 이러한 혈액제제를 사용한환자가 이 소년 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비슷한 경로에 의해 같은 질병에 감염된사람이 더 있으리라는 추정은 넉넉히 가능하다.
AIDS는 이미 지난79년부터 미국에서 번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수입된 혈액제제에 살균방역조치를 했더라면 이런 경로의 「뵹균수입」사태는 예방할수 있었을 것이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강건너불보듯 하다가 85년 주한미군중에 첫 환자가 발생하면서부터 겨우 정신을 가다듬은 것은 이미 때늦은 일이 되고만 것이다.
이번에 AIDS 감염자로 밝혀진 K소년의 경우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응태도 또한 무신경하고 한가롭기 짝이 없다. 감염사실을 확인한 것이 지난7월인데 그동안 쉬쉬 하다가 17일 국회에 낸 자료를 통해 겨우 보고를 하고 있다. 그동안 3개월여를 당국은 K군의 질병진전 상황만 관찰하고 있었다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이 사실을 즉각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경각심을 갖도록 했어야 옳다. 또한 K군과 비슷한 기간에 같은 제조회사의 동종약품으로 진료받은 환자들에 대한 추적과 역학조사에 나섰어야 한다. 이 혈액제제를 만든 미국의 제약회사에 대해서도 이 사실을 통보하여 항의하고 손해배상 청구문제도 검토할 일이 아니었던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최소한 80년 이후부터 84년까지 살균처리안된 수입혈액제제로 진료받은 환자들에대해 AIDS 검사를 실시해야 할것이다.
환자들 입장에서도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아 감염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15일 현재 세계 1백53개국에 최소한 6만2천여명의 AIDS환자가 발생했고 ,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집계는 밝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12명의 환자가 발생, 그중 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담기구는 고사하고 예방법규 하나 제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보다 철저한 예방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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