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막가는 중국의 사드 보복 ? 이젠 멈출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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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보복이 도를 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민의 한국 관광 전면 통제에 나섰고, 인터넷 공간에선 현대자동차를 부순 사진이 떠돈다. 또 베이징의 한국인 밀집 거주 지역인 왕징(望京)에 자리한 한 중국 음식점은 ‘한국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한국 불매운동’을 선동하는 중국 언론은 롯데를 넘어 이젠 휴대전화의 삼성과 자동차의 현대도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의 한 예비역 장성은 사드 배치 지역인 한국 성주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이에 국내에선 중국의 최근 거친 행태가 ‘6·25 전쟁 때의 중공(中共)’을 상기시킨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게 바로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참담한 현주소다. 이러려고 수교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한국 타격 운운에 현대차도 부수는 #도 넘은 사드 보복 즉각 중단하고 #냉정과 자제로 갈등 해법 모색해야

최근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의 거친 행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중국의 ‘등가 대응(tit-for-tat)’ 전략이다. 사드 배치가 한 단계 진전될 때마다 보복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번에 사드 부지 제공이 확정되자 중국은 보복을 크게 강화했다. 과거 사드 ‘대응’이라 하던 말을 ‘제재’로 바꿨다. 다른 하나는 중국 정가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3일부터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정협 및 전인대 회의)가 시작됐다. 이번 양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가을 당내 최고 리더를 뜻하는 ‘핵심(核心)’ 칭호를 받은 이후 처음 열리는 행사다. 초점은 ‘경제 성장률’ 등이 아닌 ‘시진핑’에 맞춰져 있다는 말이 나온다. 리더십 강화 시점을 맞아 대외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보이는 사드 보복 행태는 한·중 관계의 근간을 위협할 정도로 거칠고 조악한 것으로 이젠 마땅히 재고되고 또 멈춰져야 한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한·중의 사드 갈등 이면엔 서로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북핵 문제에 미적지근한 태도의 중국에 크게 실망했고, 중국은 이렇다 할 상의도 없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한국에 배신감을 갖고 있다. 특히 시진핑의 세 차례에 걸친 ‘사드 반대’ 의사 표시가 묵살됐다는 데 자존심이 크게 상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북핵 위협에 대비한 자구책인 사드를 철회하기도 어렵다. 당분간 한·중 경색 국면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구되는 건 양국 모두 냉정과 자제로 사드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양국 인적 교류 1000만 명 시대에 20세기적 민족주의를 팔며 국민을 선동하는 중국의 행태는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다. 마침 막말 보도로 유명한 중국 환구시보도 ‘한국의 국격과 한국인의 인격에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며 현대자동차 파손과 한국인 손님 거절에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했다. 상식을 벗어난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제 멈출 때가 됐다. 그들의 얘기대로 중국의 국격과 중국인의 인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