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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봉급때문” 총무처 원망 추곡수매가 14% 인상까지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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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4%의 추곡수매가 인상을 놓고 경제부처에서는 새삼스레 총무처를 원망하는 분위기.
왜냐하면 13.6%라는 표면적인 공무원봉급 인상률이 결국 추곡수매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였는데 이같은 결과를 충분히 예상했던 경제기획원이 최소한 2.6%의 호봉승급이라도 빼고 11%로 공무원 봉급인상률을 발표하자고 했었으나 총무처가「생색」에 급급(?), 13.6%라는 숫자를 앞세웠었기 때문.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지나간 일이니 다시 곱씹을 필요는 없지만 공무원봉급 인상률이 11%로 발표만 되었어도 추곡수매가를 둘러싼 진통은 덜했을것』이라고 토로.
○…진통을 겪던 추곡수매문제가 인상률14%, 농가출하희망 전량수매로 낙착되자 농림수산부는 희색이 만면.
추곡수매방침 결정과정에 참여한 농림수산부 관리들은 서로「애 많이들 썼다」고 추기면서 14%정도면 농림수산부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만족해하는 기색. 그러나 그같은 농림수산부조차도 당장 양특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그렇다치고 내년부터 농민들의 높아진 기대수준을 어떻게 충촉시킬것인지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하는 분위기.
○…추곡수매가를 둘러싸고 올해처럼 각계각층에서 나름대로의 안을 제시한것도 처음있는 일. 당초 경제기획원이 생각했던 올 추곡수매가인상률은 3%였는데 7월이후 봇물처럼 터진 노사분규 과정에서 근로자 임금이 19%나 오른데다 내년도 공무원봉급도 13.6%를 올리기로 일찌감치 확정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무원봉급인상률이 하한선으로 자리잡았던 느낌.
이후 정치권에서는 민정당이 15∼20%인상을, 민주당은 25%인상을 각각 주장.
또 농협은 사상처음으로 임시총대회를 열어 추곡수매가인상률을 18.6%이상으로 해달라고 정식 건의키도.
○…추곡수매가 인상폭을 결정하는데는 수매대상인 신품종벼의 절반정도가 호남지방에 몰려 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었었다고.
신품종 벼는 올해 전체 쌀수확 예상량 3천8백만섬의 21%인 8백만섬 정도에 불과한데 이중 44.5%가 전남지방에 몰려있는것.
어쨌든 전체의 2O% 남짓에 불과한 신품종의 수매가를 놓고 마치 농촌전체의 소득이 수매가 하나에 목을매고 있는것처럼 알려지고 있는것도 크게 잘못된 인식이라는 지적.
○…수매가가 14%나 올라 마치 농촌소득이 크게 향상되리라고 생각하는데는 다소문제가 있다.
수매가는 올랐으나 방출가는 동결되어 일반미를 포함한 쌀값 상승은 예년만 못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
결국 따지고보면 농촌소득의 향상이란 효과보다는 양특적자나 늘고 물가오름세 심리나 부추기는 역기능이 더 크지않을까 하는 걱정도 뒤따르는게 사실.
○…수매가 당정협의에서 막바지까지 문제가 되었던 것은 표면적인 인상률을 그저 14%로 하느냐, 아니면 인상률은 한자리수로 하고 여기다 장려금 명목의 추가분을 얹는 방식을 택하느냐 하는 문제.
결과적으로는 똑같지만 기록상「두자리수 인상」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기지 않아야겠다는 것이 기획원측의 생각이었기 때문.
따라서 어차피 공무원봉급인상이 수매가 결정의 기준이 될 바에야 공무원 봉급중 기본급 인상률인 9%를 표면적인 수매가 인상률로 하고 5% 정도의 장려금을 얹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나마도 대폭인상의 효과를「극대화」해야한다는 민정당의 논리에 밀려버리고 말았다고.
○…올해 추곡수매가 인상률이 14%로 높게 결정됨에따라 잎담배 수매가도 결국 이수준에서 책정될 전망.
재무부는 예년의 경우 잎담배 수매가는 보통 추곡수매가보다 1∼2%낮게 인상해온데다 물가상승률등을 감안,7,8% 인상을 주장해 왔었다.
그러나 이것이 당정협의 과정에서 민정당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았고, 같은 농민인데 인상률의 차별을 두어서는 곤란한데다 특히 잎담배경작농가들이 농촌에서 여론지도층에 속해 재무부만 비난(?)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데서 입장을 변경.
이에따라 재무부는 경제기획원과 최종협의를 거쳐 다음주초에 잎담배 수매가를 발표할 예정인데, 기획원측도 크게 반대할 명분은 없어 추곡수매가와 같은 인상선에서 결정될듯.<김수길·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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