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3대책과 대출금리 직격탄 … ‘해운대 부동산 신화’ 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신시가지인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이모(51)소장은 “작년 말부터 아파트 거래가 거의 끊겼다”며 한숨이었다. 거래가 안 되다 보니 아파트 가격은 2000만~3000만원 내렸다고 했다. 좌동 B아파트 23평형은 지난해 3억500만원~3억2700만원에 거래됐으나 급매물은 최근 2억7000만원에 거래됐다는 것. 이 소장은 “금리가 오르고 대출금을 원금과 함께 갚아야하고 경기마저 좋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 1월 거래량 전월 대비 32% 급감 #“2000만~3000만원 내려도 안 나가” #올 부산 3만5261세대 분양 쏟아져 #“수요↓ 공급↑ 가격 조정 불가피” #고급주상복합 센텀·마린시티는 보합

좌동의 또 다른 중개소 박모(60)소장은 “작년에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데다 정부의 11·3 부동산대책으로 요즘 거래 없이 움츠러들고 있다”고 했다. 일부 급매물만 거래된다는 것이다. 신시가지의 역세권 일부 아파트는 보합세를 유지하지만 다른 곳은 대부분 내림세로 돌아섰다는 게 중개소 측의 공통된 얘기다.

올해 들어 해운대의 아파트 거래가 큰 폭으로 줄고 가격은 내림세로 돌아섰다. 2일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는 지난해 9월 1만685건이 거래돼 최초로 월 1만건을 돌파한 후 10월 1만1020건, 11월 1만539건으로 호황을 누리다 지난해 12월부터 거래량이 1만건 이하로 줄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봐도 올 1월 아파트 거래량은 6177건으로 전월 9113건에 비해 32% 급감했다. 이 가운데 해운대구는 지난해 6~10월 매달 1000건 안팎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해 11월 883건, 12월 638건, 올 1월 409건으로 줄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달 13일 해운대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1%, 지난달 20일엔 -0.03%를 기록했다. 해운대구 아파트 가격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3월 28일 -0.02%를 기록한 후 약 11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부산의 16개 구·군 중 동래구가 가장 높은 0.14%, 서부산권인 사상구가 0.1%, 강서구 0.08%,사하구 0.09%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대비 평균 10.51% 상승했다. 해운대구가 17%, 해운대 인근인 수영구가 16.57%,북구가 13.49% 상승했다.

부산은 아파트 분양권의 전매비율도 높았다. 영산대 주택·도시연구소가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매비율은 22.3%로 전국 평균 14.9%를 웃돌았고, 세종(35%)·경남(2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청약경쟁률은 무려 평균 99대1이었다. 그만큼 부산에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적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서정렬 영산대 주택·도시연구소장은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마지막 분양권 취득자는 가격하락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올해 부산에서 2002년(4만3000세대)이래 15년 만에 최대물량인 3만5261세대가 분양 예정”이라며 “금리상승과 대출규제 등으로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 가격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