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J카페]너무 빠른 경제성장률? 인도, "중국식으로 통계 조작한다"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인도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 것이 점점 미국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 같다. 언제 비가 내릴지, 해가 뜰지를 알 수 없을 정도다.” 로이터통신은 1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정부의 경제 통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의혹이 점점 커진다고 전했다.

인도 국가통계청은 지난해 3분기(10~12월) 경제성장률(GDP)이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다며 올해 3월 말 마무리되는 2016년 인도의 GDP를 7.1%(연율)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6.7%)을 넘어선 인도는 2년째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라는 타이틀을 유지했다. 

성장세가 너무 빠른 탓일까? 정부 통계를 보는 의구심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최근 인도의 통계는 정부의 정책과 일치하는 GDP 자료를 내놓으려는 중국식 통계 조작의 경향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CNN머니는 “인도 정부가 화폐 대란(cash crisis)에도 7%대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고 발표했지만, 인도에서 신권으로의 교체 작업이 원활하지 않았던 만큼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늘고있다”라고 보도했다. 


인도는 지난해 11월 초 시중 유통 현금의 86%를 차지하는 500루피(약 8500원)와 1000루피 지폐를 없애는 화폐개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생산활동에 차질을 빚는 등 경제적 혼란을 겪었다. 인도 중앙은행은 “경제성장률이 화폐 개혁 이후 2분기 동안 최대 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라며 “2016년 경제성장률이 6.5~6.7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인도의 화폐 개혁에 따른 영향을 반영해 GDP 전망치를 7.6%에서 6.6%으로 대폭 내려잡았다.
영국 런던 소재의 패덤컨설팅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그런 상황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며 “강한 성장률은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인도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13년 10월 이후 2년 여 만에 50 아래로 떨어진 49.1을 기록했다.

인도 내부에서도 통계와 관련한 논란이 일고있다. 인도 국민의회 수석대변인인 아난드 샤르마 상공부 장관은 통계 신뢰성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는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PTI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통계청이 발표한 수치가 “의심쩍다(highly suspect)”라며 현금부족 현상 등 인도의 통화개혁으로 발생한 충격(adverse impact)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대중을 호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구심을 사는 GDP 성장률은 인도 데이터에 대한 전세계적인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