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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채택 문명고 입학식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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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입학식이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신입생과 재학생, 학부모 150여 명이 거세게 항의하면서다.

항의 거세게 일자 입학식 도중 취소…학부모들 '연구학교 철회' 소송도

2일 입학식이 시작되기 30분 전인 오전 10시쯤부터 학교 강당 주변에선 국정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는 학생·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반대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과 교사입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즉각 철회하라' 등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 철회'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기도 했다.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입학식이 파행으로 끝났다. 강당 뒤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국정교과서 반대 구호를 외치는 사이 빈 의자들이 가득하다. 경산=프리랜서 공정식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입학식이 파행으로 끝났다. 강당 뒤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국정교과서 반대 구호를 외치는 사이 빈 의자들이 가득하다. 경산=프리랜서 공정식

이 학교 김태동 교장이 입학식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이들의 항의는 거세졌다. 이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학교장·재단이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입학식장에서도 항의가 이어지자 학교 관계자가 입학식을 중도에 취소했다. 입학식 이후에도 이들은 교장실로 이동해 김 교장을 상대로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신입생 학부모 2명이 교복을 교장에게 반납하고 자녀를 전학시키겠다고 통보했다.

2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에 입학 예정이었던 신입생 학부모가 문명고 교복을 교장실에 반납하고 있다. 이 학부모의 자녀는 다른 학교에 입학하기로 했다. 경산=프리랜서 공정식

2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에 입학 예정이었던 신입생 학부모가 문명고 교복을 교장실에 반납하고 있다. 이 학부모의 자녀는 다른 학교에 입학하기로 했다. 경산=프리랜서 공정식

학교 측은 이날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외한 다른 과목 교과서를 신입생들에게 나눠줬다. 역사교과서는 다음주 중 별도 배포할 예정이다.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이 확정된 이후부터 줄기차게 문명고의 학생·학부모·교사가 역사 왜곡 한국사교과서를 반대하고 있지만 재단이사장과 학교장은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책위는 "문명고 연구학교 추진과정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법률적 대응을 포함해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이들은 이날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교과서 사용 중지 등을 요구하는 효력정지 및 집행정지 신청도 했다.

대책위는 "문명고는 연구학교 신청 과정에서 심각한 불법을 저질렀다"면서 "학교운영위원에서 처음에는 운영위원 2명만 연구학교 신청에 찬성 의견을 표했고 7명은 반대했다. 사실상 연구학교 신청 안건은 부결된 것인데도 학교장이 학부모만 따로 불러 설득을 한 뒤 다시 표결했고 반대 4명, 찬성 5명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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