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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불로소득 원천봉쇄 당분간 시장 얼어붙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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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특히 재건축 아파트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재건축 아파트는 '투자용'이 아니라 '투기용'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더구나 재건축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만큼 이번 기회에 재건축 투기를 뿌리째 뽑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제도의 후속대책으로는 ▶재건축에 대한 개발부담금 부과▶재건축 기한 연장▶재건축 인.허가권의 중앙정부 환수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건축과 관련해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 많은 규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개발부담금제까지 시행되면 해당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벌써 재산권을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재건축 개발부담금제 시행되면=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이 내놓은 재건축 개발부담금제는 재건축으로 인한 소득을 대부분 환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통상 개발부담금은 땅값 상승분으로 계산되지만 재건축 개발부담금은 아파트 층수와 평수를 가격으로 환산해 세금을 물리게 된다. 재건축으로 용적률이 높아지는 데 따른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개발이익환수법으로는 재건축의 개발이익에 세금을 부과하기 어려워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재건축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개발이익을 산정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따지면 재건축 사업승인이 나왔을 때를 개발이익 산정의 시점으로 정하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재건축의 특성상 사업승인 이전에 지구지정.조합설립 등의 과정에서 이미 값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는 부담금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재산권 침해와 위헌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맹신균 변호사는 "재건축 개발부담금제와 지난해 결정된 재건축 시 임대주택 의무 건립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득을 개발이익으로 환수하는 것이어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개발부담금제 등은 헌법의 과잉개입 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2003년 10.29부동산 대책을 입안할 때 재건축 개발부담금제를 추진하다가 위헌 가능성을 고려해 스스로 철회했었다.

◆ 다양한 재건축 규제 방안 추진=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재건축이 시행될 수 있는 요건들인 내구연한이나 안전진단 등을 포함해 관련법령이나 요건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대상 내구연한 기준 강화, 재건축 대상 안전진단 검증 강화 등이 대책에 포함될 것이라는 의미다.

서울시의 경우 ▶1991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는 건축 후 40년이 돼야 ▶82~90년 건축한 아파트는 22~38년 ▶81년 이전 아파트는 20년 후에 재건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건축인허가권을 지자체로부터 가져오면 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안전진단 요건 강화 등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또 재건축의 허가 시기와 물량을 정부가 조절하는 재건축 총량제도 유력한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청약제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공공택지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은 가구주의 연령, 부양가족 수, 소득,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25.7평 초과 주택도 채권입찰제 외에 가산점을 부여해 당첨자를 가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가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가산점 부여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집값 잡힐까=재건축 개발부담금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사업이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용적률 규제, 조합원 입주권 전매 제한, 소형평형 의무규정 등 기존 규제로도 재건축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개발부담금제는 마지막 폭탄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게다가 7월부터는 도로.공원.학교 등 주변 기반시설 설치비용의 20%를 건축주가 부담하는 기반시설부담금제도 시행된다. 한국정비사업조합협회 조병선 회장은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을 중단하는 조합이 여러 곳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건축 개발부담금제의 약발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강력한 규제로 재건축 시장은 침체를 보이겠지만 공급 부족으로 인해 또다시 집값이 들썩일 것이란 얘기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더라도 재건축 사업의 길은 터줘야 강남권에 공급이 늘어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며 "재건축 자체가 어려워지면 공급 공백에 따른 가격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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