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살리고 현대반발 막자"|원전공사 제한경쟁 입찰 채택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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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전이 원전11,12호기 주설비공사(토목및 기전공사)를 재발주하면서 입찰방식을 제한경쟁으로 결정한 것은 정부의 체면도 살리고 백지화시켰던 지난번 수의계약의 원상복귀를 주장하는 현대건설측의 반발도 막는다는 일석일조를 노린 고육지책.
한전이 재입찰할수 있는 방식은 지명경쟁·제한경쟁·수의계약의 3가지.
이중 지명경쟁 방식이 채택안된것은 원계약자인 현대건설의 강력한 반발때문. 현대측은 이 입찰방식을 쓸 경우 입찰에 응하지 않을 것은 물론 당초 수의계약이 유효함을 법적투쟁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반대한것.
한전은 현대건설과의 법적투쟁을 검토해본 결과 승산이 전혀 없어 자칫 손해배상까지 물어주어야 하는데다 품질보장이 어렵고 공사진행상 애로가 많다는 점을 감안, 이 방식을 포기했다.
다음으로 수의계약 방식인데 정부는 지난 9월22일 산정심의회를 열어「원전의 주설비공사는 한전이 독자적으로 발주」할수 있도록 길을 터놓았고 원자력발전소는 무엇보다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므로 어떤 면에서는 수의계약이 한전으로서는 떳떳한 입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측에 특혜를 준다는 인상과 함께 지난번 백지화 결정을 곧바로 뒤집는 결과가 되어 이것 역시 포기.
○…결국 한전으로서 택할수 있는 방법은 형식상 공개적인 방법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의계약이 되어 현대건설에 공사가 돌아갈수 있도록 하는 제한경쟁 입찰.
입찰참가 자격을 원전주설비공사 전체시공실적이 있는 업체로 한정함으로써 현대건설만이 참여할수 있게하는 것인데 경쟁상대가 없는 1,2차 입찰에서 유찰되는 것은 뻔해 현대건설과 다시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제한경쟁 입찰방식에 참여를 별러온 동아건설·한중등이 한전에 대해 강력한 반발을 보일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7월 백지화 통보를 받았던 현대건설은 그동안 여러차례 한전으로부터 지명경쟁입찰 참여 여부를 타진받았으나 끝까지 확답을 않고 법적하자가 없음을 이유로 원계약의 유효화만 주장했다고.
현대건설은 현재 미국을 제외한 일본(미쓰비시)·프랑스(프라마톤)·대만(대만전력)등은 모두 한회사가 원전건설을 독점하고 있고 공개경쟁보다는 수의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원전의 수의계약은 국제적인 관례라는 주장을 펴왔다.
○…정부가 지난번 수의계약을 서둘러 백지화시켰다가 사실상 다시 수의계약으로 원점에 되돌아감에 따라 결과적으로 정부의 공신력과 체면은 말이 아니게 깎인셈.
정부가 한전의 계약을 백지화시켰던 것은 원전11,12호기의 수의계약을 둘러싸고 정치· 사회적으로 정치자금 수수설등 의혹의 눈초리가 팽배해 있었는데다 당시 민주화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어 가급적 파문을 줄여보자는 판단에 따른것으로 알러졌었다.
그러나 3개월간에 걸친 재검토끝에 얻은 결론이 원상태 복귀. 따라서 지난번 정부의 조치가 지나치게 성급했고 주체성이 없는 꼴이 되고 말아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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