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남 VX로 사망했다는 수사결과, 황당무계한 궤변"

중앙일보

입력

북한은 1일 김정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의 사망원인이 신경성 독가스인 ‘VX’에 의해 사망했다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에 대해 “황당무계한 궤변이고 과학성과 논리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외무성, 중국 말레이시아 상대 외교전 동시 배후설 부인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가 지정하는 기관에서 검사해야" #

이길송 외무성 부상과 이동일 외무성 국장이 28일 각각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외교전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자신들의 배후설에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말레이시아 당국과 한국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피살 사건을 북한의 테러 전문조직인 정찰총국과 국정원에 해당하는 국가보위성 공작원들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이번 일을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에 통보해야 하며 해당 견본을 기구가 지정하는 실험실에 보내여 분석을 해야 한다”며 “만약 VX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물질을 어느 나라에서 들여왔으며, 누가 만들고, 누가 넘겨주었는가 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들이 살인 용의자들로 체포된 여성들이 지난 시기 남조선에 여러 번 드나든 사실로 보아 남조선 당국자들이 그들에게 상기 물질을 쥐여 보내지 않았겠는가 하고 의심하는 것도 우연하지 않다”며 “지금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따라 거의 모든 나라들이 화학무기를 폐기한 상태이지만 유독 미국을 비롯한 일부 나라들만 상기 물질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이 남조선에 각종 화학무기들을 끌어다 놓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역공세를 펼쳤다.

통신은 “만일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분별을 잃고 우리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적 음모책동에 계속 매여달린다면 우리는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자위적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사망한 지 열흘만인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도 김정남 피살을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로 지칭하며 북한 배후설은 남한이 짠 ‘음모책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은 이날도 김정남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으내 ‘공화국 공민인 김철(김정남의 여권상 이름)’이라고 밝혀 김정남의 이복형 사망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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