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노갑씨 긴급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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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權魯甲.73)전 민주당 고문이 수백억원의 현대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11일 밤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α'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安大熙 검사장)는 "현대 비자금을 수사하던 중 1백50억원과 별도의 현대 측 자금 수십억~수백억원이 權씨에게 건네진 혐의가 드러나 오후 7시쯤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權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權씨에 대해 이르면 12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權씨가 받은 돈은 4백억원에 이르며, 그 일부가 2000년 4.13 총선 전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7~8명에게 집중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權씨 외에 추가로 사법 처리될 정치인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밤 송두환(宋斗煥)대북 송금 특검팀에 의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기호(李起浩)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소환, 權씨와 대질 조사했다. 이에 따라 權씨가 받은 돈이 지난 정부의 청와대 측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커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그러나 돈을 전달한 시기나 구체적인 액수, 혐의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權씨가 대북 사업 등과 관련해 어떤 청탁을 받았다면 일단 알선수재 혐의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혐의 내용에 따라 뇌물죄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權씨의 관련 혐의는 특검 수사 자료에도 흔적이 나와 있고 고(故)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회장의 소환 조사에서도 일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權씨 측은 "현대에서 비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현대 비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완(金榮浣.50.미국 체류)씨가 국내에 은닉해둔 2백여억원의 예금.수표.주식.채권 등을 찾아내 압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 조치를 취한 근거와 관련, "金씨와 박지원(朴智元)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범 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데다 이 부분이 확인되면 추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현대 비자금이 현대 측의 주장대로 朴씨 측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검찰은 또 金씨의 변호인을 통해 金씨의 진술서와 소명 자료 등 관련 자료를 이날 제출받았다고 발표했다.

강주안.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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