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얼굴들의 재등장|안희창 <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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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게 얼마만인가.』
『살아 있으니까 이렇게 만나는구먼.』
5일 열린 신민주공화당(가칭)의 창당발기인대회에서는 이같은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7년전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힘」에 의해 정계에서 타의로 물러났던 구여권 인사들이 이제 다시 새로운 명분과 기치를 내걸고 정계라는 무대에 복귀한 것이다. 약3천명의 발기인들 중에는 오래 전에 익히 보던 이름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60년대 약 8년간 국회의장을 지냈던 80대의 이행상옹, 79년 유명한 「백두진 파동」의 주인공이었던 백두진 전국회의장 등의 이름이 보였는가 하면 5·16의 주역이었던 육사 8기 출신의 구여권 정치인들, 지난날 이름을 날린 각료들의 모습 등이 함께 보였다. 70년대까지 우리 사회를 주름잡던 사람들이 대거 집결해 잠시 7∼8년 전 세월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70년대 당시와는 달리 대부분 완연히 주름살이 잡힌 이들의 얼굴에도 뭐라 말하기 어려운 감회가 있는 표정들이었다.
이들이 정치를 재개하겠다고 나선데에는 물론 나름대로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어떤 한이 서려있는 것 같아 우리 정치의 뒤틀린 한면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의 정계복귀로 이제 60년대 이후의 정치인들이 거의 대부분 다시 나선 셈이 되었고, 정계 판도는 두김씨와 군소야당으로 갈라져 있는 복잡한 야권 판도에 더해 신여·구여 또는 기존 야당과 구별되는 신야 등 새로운 구별법이 나와야할 판이다. 이처럼 복잡한 요소의 우리 정계가 다양한 악기의 조화 있는 음률로 화음을 만들어내는 오키스트러가 될는지, 소음과 잡음을 증폭시키는 부협화를 보일는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복귀한 세력들이 자기들을 거부하고 비판했던 세력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그 대항 논리를 어떻게 제시할지도 궁금한 일이다. 그것은 대신여, 대야의 두가지 측면이 다 있다고 봐야한다.
이런 점에서 7년만에 정치재개를 선언한 인사들은 그 동안 과거를 반성하고 세파를 겪은 그만큼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과거에 비판받던 행태나 체질이 재연된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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