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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신인작가 발굴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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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출판사들의 신인발굴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기존의 신인발굴이 주로 일간지의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추천·문학상제도 등에 의존해 왔던데 반해 출판사들이 직접 시인·소설가들을 발굴, 작품집을 묶어내는 새로운 변화는 ▲신인들을 처음으로 데뷔시키는 경우와 ▲등단만하고 오랫동안 잊혀졌던 문인들을 재데뷔시키는 경우로 크게 나뉜다.
올 들어 출판사를 통해 데뷔해 이미 평단의 값진 평가를 얻어낸 문인들로는 장편 『비명을 찾아서』 (문학과 지성사 간)의 복거일씨, 장편 『브론토자우르스』 (인동 간) 의 박구홍씨, 시집 『반성』(민음사 간) 의 김영승씨, 그리고 최근 시집 『사람』(청하 간)을 내놓아 『상처받은 개인적 체험을 사회적 집단체험으로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오규원) 는 찬사를 받은 황학주씨 등이 있다.
또 청하출판사가 이달 안에 출간할 시집 『온다는 사람』의 엄승화씨(30) 와 민음사가 내달 간행할 시집 『매장시편』의 임민씨(28·본명 임동확) 도 역시 출판사 데뷔 케이스인데, 엄씨는 『삶과 존재의 의미를 성적 이미지 등 특이한 상상력을 통해 탐색하고 있다』는 평가를 (장석주),임씨는 『광주사태를 보기 드물게 서정적 서사시로 그려냈다』는 평가(홍정선)를 미리부터 받고있다.
그런가하면 문단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동인지활동만 몇 차례 해오다 출판사들의 파격적인 결단에 의해 「모양 좋은 데뷔」를 하는 문인도 많은데『햄버거에 대한 명상』의 강정일, 『푸른별』의 김용락, 『공친 날』의 노동자 시인 김기홍씨 등은 올 들어 갑자기 유명해졌으며 최근 시집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실천문학사간) 를 펴내 주목받고 있는 농촌시인 고재종씨도 여기 포함된다.
한편 문예지들이 이따금 잊혀진 문인을 발굴, 「신인 아닌 신인」으로 재데뷔 시켜오던 케이스를 이번에는 출판사들이 떠맡기 시작하고 있는 현상도 새로운 변화에 속한다. 최근 17년 만에 첫시집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를 출간한 배미순씨(40) 는 70년 중앙일보신춘문예당선이후 작품발표를 중단했다가 나남출판사를 통해 재데뷔 했으며, 10월중 첫 시집 『프리지아 꽃을 들고』를 12년 만에 펴낼 권혁진씨(40)도 75년 현대문학추천이후 문단에서 사라졌다가『자기학대 이미지 등을 통해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탁월하게 그려냈다』는 평 (김병익) 을 받으며 문학과 지성사들 통해 재데뷔하게 됐다.
이처럼 출판사들이 단순히 책을 묶어내는 기능에서 외국처럼 신인을 발굴해 내는 기능까지 떠맡게 된 것은▲국제저작권시대를 맞아 외국작가들보다 국내작가들에게 관심을 갖게된 점▲출판사가 신문·잡지 등에 비해 작품선별·지면제약 등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자연스런 추세이며 작품 발표보다 작품집으로, 평자 아닌 독자들에게 직접 평가받는다는데 큰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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