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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은 증시…한때 700선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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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달 들어 증시가 무기력한 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11일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1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장 막판에 가까스로 700선을 회복했다. 거래량.거래대금이 계속 줄고 있고, 고객예탁금.주식형 수익증권 수탁고도 감소하는 등 증시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3월 중순 이후 4개월간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도 크게 줄고 있다.

◆무기력한 증시=종합주가지수는 7월 7일 올들어 처음으로 700선을 넘은 뒤 727까지 올랐지만 이후 한달여 동안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조정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지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갈수록 줄고 있다. 4월 이후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조3천여억원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하루 1조8천억원으로 27%가량 줄었다.

거래량도 하루 평균 5억6천만주에서 4억3천만주로 28% 줄었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상무는 "7월까지 4개월간 증시가 상승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하반기에 본격 회복할 것이란 믿음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개인.기관투자가들이 증시를 계속 외면하고, 이달 들어 외국인마저 매수를 줄이면서 조정 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투자 규모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7월 31일~8월 6일 전 세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널 펀드에서는 3억1천만달러가 빠져나갔으며, 한국시장과 관련이 많은 글로벌 이머징마켓펀드도 같은 기간 1억2천만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미국 뮤추얼펀드가 줄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조정장세 이어질 듯=한양증권이 지난해 1월 이후 이달 7일까지 종합주가지수 대별 거래량 분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11~744선에 전체 유통물량의 16%, 678~710선에 15%가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가가 현재 수준을 벗어나 740선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량을 소화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LG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경기회복 징후가 뚜렷했던 미국에서도 증시가 불안해지고 있다"며 "경기 관련 지표가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국내는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기매매 정도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도 "4개월간 주가가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이상의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3분기에도 기업들의 실적 향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상승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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