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키 크게 하는 방법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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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키를 늘일 수는 없을까. 롱다리 신드롬이 확산하면서 키 큰 아이를 만들겠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자연 이에 편승한 각종 요법들도 광고매체를 통해 비법인 양 소개된다. 하지만 부모의 욕심만으로 키를 크게 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성장 정도와 원인부터 살펴야=딸아이의 키가 작다고 소아과를 찾은 S(5)양 엄마. S양은 1백1㎝에 15㎏으로 또래 1백명 중 여덟째로 키가 작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양세원 교수는 "의학적으로 작은 키(저신장)란 같은 또래, 같은 성별의 아이 중 3% 이하일 때"라며 "한 반에 한 두명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S양은 키가 좀 작긴 해도 의학적으로는 정상이다. 즉 키 크는 치료를 원할 땐 우선 내 아이 키를 또래 집단과 비교해 보자.

뼈나이(bone age.골연령)도 중요하다. 뼈나이는 왼쪽 손목의 뼈 발육 상태(성장판 닫힌 정도 등)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알고 성인이 됐을 때의 신장을 추정하는 수치. 예컨대 지금은 또래 중 키가 큰 아이라도 뼈의 성장이 2년 앞서 있다면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2년 미리 자라 일찍 성장이 멎는다. 키는 유전.영양.호르몬.질병 등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키가 작다면 키.뼈 나이 등을 통해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예컨대 부모 키가 작으면 자녀 키도 작게 마련이다. S양도 어머니는 1백54㎝, 아버지는 168㎝로 작다. 반면 늦게 자라는 체질을 타고 났을 땐 부모는 크지만 아이는 작을 수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키가 훌쩍 큰다.

성장속도도 중요하다. 세 돌에서 사춘기까진 정상적으로 1년에 4㎝ 이상은 커야 정상이다.

◆키 크는 비법은 없다=시중에 키를 크게 한다며 팔리는 각종 약.성장 촉진제.운동 기구 등은 얼마나 효능이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청 장준식 국장은 "성장 호르몬 결핍증 환자 등에게 사용하는 성장 호르몬 외에 키를 크게 하는 용도로 허가한 약품은 없다"며 "마치 특정 제품을 먹으면 키가 크는 것처럼 주장하는 선전이나 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현재 키가 크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선전하는 약들은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된 게 아니라 일종의 건강보조식품이라는 것. 따라서 시.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것으로 시판이 가능하며, 의약품 효과는 표기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키를 크게 한다는 기구.운동요법도 효과가 입증된 것은 없다. 양교수는 "키가 크기를 원할 땐 편식하지 말고 칼슘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먹으면서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이럴 땐 성장 호르몬 치료를=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제는 성장 호르몬이 유일하다. 의학적으로 성장 호르몬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는 ▶성장 호르몬 결핍증▶터너 증후군▶만성 신부전증 등 세 가지다. 최근 미국에서 이 세 가지 질병은 없지만 체질적으로 저신장인 아이에게 장기간 성장 호르몬을 투여해 5~6㎝ 키 크는 효과를 봤다는 논문이 발표돼 부유층을 중심으로 성장 호르몬 주사가 유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유한욱 교수는 "체질적으로 현재 키가 또래의 '3% 미만'이며 성인이 됐을 때 키도 3% 미만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되는 유아에서 사춘기 이전 아이에게 성장 호르몬을 5년 이상 투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경우 성장 호르몬을 투여하지 않았을 때의 성장보다 첫해엔 3~4㎝, 둘째 해엔 1~2㎝,3년째 1㎝ 정도 더 자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단 3년 투여 후 약을 중단하면 반동적으로 키가 덜 자라게 되므로 5년간 사용해야 한다. 유교수는 "성장 호르몬 치료는 거의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데다 비용도 1년에 1천만~1천5백만원의 고가이므로 치료를 결정하기 전 전문가의 정밀진찰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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