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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中. 이런 서비스업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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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25일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실습실은 방학 중인데도 자정까지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최정동 기자

지난달 25일 자정 무렵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방학 중인데도 늦은 시간까지 이 학교 미니어처 실습실에선 한 무리의 학생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1학년 홍에스더양은 "종이로 만든 인형과 미니어처로 매 순간의 상황을 사진으로 찍은 뒤 이를 영화처럼 엮어 6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방학 중이지만 친구들과 작업하는 게 재미있어 별로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열정적인 인재들 덕분에 한국은 세계 3위의 애니메이션 제작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여전히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하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0년 1억 달러를 넘었던 애니메이션 수출금액은 2004년 7731만 달러로 줄었다.

반면 월트디즈니사는 1994년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 개봉으로 제작비 4000만 달러의 25배인 9억8000만 달러를 벌었다. 한국 자동차 150만 대를 팔아 버는 수익과 맞먹는 규모다. 라이언 킹은 이후 비디오와 캐릭터.게임.뮤지컬 등으로 총 23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애니메이션 같은 서비스 산업을 잘 키우면 제조업에 못지않은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학교 정순각 교장은 "한국은 세계 애니메이션 하청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정책 지원과 인력 양성만 뒷받침되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또 선진국 수준의 병원.대학.보육시설.관광 인프라를 갖추면 외국인 투자를 끌어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서비스 산업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수출형 업종, 내수 시장이 큰 업종,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업종을 중점적으로 키워야 한다.

◆ 수출형 업종=2005년 11월 한국인터넷통계집에 따르면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에서 3년 연속 세계 1위다. 휴대전화 서비스의 진화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 덕분에 한국은 세계 디지털.모바일 제품 시장에서 이미 신제품 시험무대로 인정받고 있다. 소프트웨어.온라인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이 대표적 수출 서비스업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산업도 IT 인프라를 접목하면 잠재력이 크다. 최근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내 병원들이 앞다퉈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의료에 IT와 생명공학(BT)은 물론 관광까지 결합하면 부가가치가 큰 복합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대규모 민간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은 이미 서비스 수출의 43.9%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8위의 상선단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 선박을 소유하거나 한국법인의 대표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싱가포르.홍콩보다 규제가 많다. 제주 특별자치도에 한해서라도 이 같은 규제를 과감히 풀면 해운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 내수시장이 큰 업종=한 해 외국으로 나가는 관광객은 500만 명에 육박한다. 유학생도 20만 명이 넘는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서비스 수출입에서만 131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상품 수출입 흑자 335억 달러의 40%다. 해외로 나가는 지출을 줄이자면 고급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교육.관광 인프라는 단시간 내 구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미 세계 수준에 오른 외국 학교와 호텔.골프장 등을 유치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더 효과적이다. 동남아 골프장에 비해 턱없이 비싼 국내 골프장의 이용 요금을 확 낮추기 위해 간척지 등 값싼 땅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복지사.간병인 등 사회 서비스의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다. 다만, 이 분야는 민간이 투자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업종=금융.법률.컨설팅.디자인.광고 등 사업 서비스업은 최근 성장세가 가장 빠른 업종이다. 싱가포르.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부상한 것도 이런 업종에서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예를 들어 국내 경영대학이 M&A 전문인력을 많이 배출하면 중기 구조조정도 활성화하고 해외로 나가는 유학생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특별취재팀=정경민(팀장).김종윤.김원배.윤창희.김준술.손해용(이상 경제 부문), 허귀식(탐사기획 부문),

정철근(사회 부문), 박종근.변선구(사진 부문) 기자, 한상원 인턴기자(고려대 2년)<economa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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