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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폭행·뇌물 … 줄 잇는 지방의원 일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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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남 광양시의회 L의원은 지난 8일 관내 복지재단에 2400만원을 기부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선행이었지만 주변의 시선은 싸늘했다. 기부에 나선 배경 탓이다. L의원은 2015년 7월 무렵 지인에게 3000만원을 빌려준 뒤 이듬해 12월까지 이자로만 1710만원을 받아챙겼다. 현직 지방의원이 법정 최고 대출금리인 연 27.9%를 넘어 연 48%의 사채놀이를 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L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400만원 기부는 이런 비난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되고 있다.

광양시의회 의원 연48% 고리 챙겨 #이권 개입 돈 챙기고 의원간 폭행도 #시민단체 “걸러 내지 못한 정당 책임”

광주·전남 지역 지방의원들이 각종 일탈과 범죄 혐의에 연루돼 물의를 빚고 있다. “ 주민들의 대표 역할이 아닌 우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남 순천시의회 I의원은 동료 의원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최근 검찰로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25일 의장실에서 예결위원회 구성 문제를 두고 언쟁을 하다가 동료 의원의 멱살을 잡은 혐의로 입건됐다. 앞서 L의원 등 순천시 의원 6명은 ‘카드깡’을 한 혐의로 줄줄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전체 의원 23명 중 약 4분의 1이다. 지난해 상반기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았던 L의원 등은 본인이나 다른 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예산결산위원회 업무추진비 카드로 약 100만원을 허위 결제하고 7만~10만원씩 나눠 가졌다. L의원 은 사건이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지자 업무추진비 전액을 회수해 의회에 반납했다.

의원 신분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한 이들도 있다. 전남도의회 소속 K의원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건설업자로부터 6차례에 걸쳐 194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주민숙원사업인 공사 수주를 알선해준 명목으로 받은 돈이다. 광주광역시의회 소속 J의원은 2014년 11월 관급 납품에 대한 특별교부금 배정 대가로 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장단 선거 과정에 의원들끼리 돈을 주고 받은 경우도 있다. 전남 고흥군의회에서는 K의원이 자신이 부의장으로 선출됐던 2014년 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동료 의원 2명에게 500만원씩 전달하거나 주려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10월에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정영일 상임대표는 “ 공천 과정에 이들을 걸러내지 못한 정당의 책임이 크다”며 “도덕성과 역량을 점검해 신중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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