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와 국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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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월간지사건」은 국가이익과 언론자유의 논쟁으로 비화됐다.
전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씨가 김대중 납치사건에 관한 인터뷰기사를 게재하려던 신동아와 월간조선에 대한 정부의 발매 금지 조치에 대한 정당성 논쟁이다.
전반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되고있는 과정에서 언론이 과거와 같이 정부의 일방적 규제에 복종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서 먼저 제기되는 것은 국가이익에 대한 판단의 주체는 누구냐 하는 문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그 주체가 정부라는 전제하에 취해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통법은 국익의 최종판단자가 일반적으로는 「국민」이요, 공식적으로는 「사법부」라고 돼 있다. 우리의 상식으로도 정부는 결코 국익판단의 권리를 독점할 수가 없고 독점해서도 안 된다.
물론 정부는 정부의 관할 내 행위에 대해서는 국익에 대해 1차적인 판단을 내릴 수는 있다. 마찬가지로 언론도 보도와 논평에 있어서 독자적인 1차적 판단권을 갖는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의 견해가 상치된다고 해서 정부가 언론자유를 봉쇄하는 것은 헌법위반일 뿐 아니라 이론적 모순이며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에 대한 침해도 된다.
이번 조치에 따른 정부행위는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고 정부자체가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
우선 정부는 이후락씨의 발언이나 그 보도행위가 「중대한 국익손상」이라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실명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또 정부의 인쇄금지조치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았고 기사가 외부에 발매되기도 전에 정부가 행동을 취함으로써 「사전검열」이라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진실이 왜곡, 조작되거나 무리하게 은폐 된 토대 위에서는 참된 국익은 보호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현실의 가시적 이익과 실정법에 더 매이게 되는 정부와 이상을 지향하면서 보이지 않는 국익과 자연법 정신까지도 중시하는 언론은 그 속성의 차이로 견해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이익과 정부이익이 혼동돼서는 안 된다.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 이익이 꼭 국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이익이 언론이익에 우선돼야 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
국익이라는 말이 남용되면 오히려 국익을 해칠 수도 있다. 반공과 안보가 잘못 강조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흔히 보아왔다.
정부는 이제 「사정변화의 원칙」(principle of rebus sic stantibus)에 따라서라도 월간지발행 봉쇄조치를 재검토했으면 한다.
이후락씨 발언내용이 외지에 널리 보도된 지금 더 이상 막아야 할 이유가 없다. 공개된 비밀은 비밀일 수 없다.
노태우 선언이 명시하고 대통령이 확인한 언론자유에 관한 발언을 여기 되새겨 보고자 한다.
『언론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언론을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 언론을 심판할 수 있는 것은 독립된 사법부와 개개인의 국민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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