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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23) 전북 군산 열린우리당 함운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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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삼민투(민족통일, 민주쟁취, 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난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주도한 함운경(39)씨가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세번째 도전한다.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그는 당내 경선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같은 당 현역 의원 강봉균 의원과 맞붙는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 정당들은 과거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정치지도자에 의존하다시피했습니다. 이들의 퇴장으로 지금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는 수평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것도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인 정당 개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로 봤기 때문입니다.”

1991년 늦깎이로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때 학원 수학 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94년 업보처럼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에 참여하면서 다시 재야운동에 발을 담갔다. 2년 뒤 그는 32살 젊은 나이에 재야운동권인 전국연합의 요청으로 서울 관악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는 당시 “기성 정당에 무임승차하지 않고 변방에서 뜻을 세운 것은 그것대로 좋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특정 당이 선출직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호남에서 16대와 지난해 재보궐선거 때 무소속으로 두 번이나 도전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현장에 밀착한 정치를 해왔다는 것을 첫손꼽았다. 군산에서만 삼수째인 그는 이곳에서 5년째 표밭을 갈고 있다. 지난 여름 제도권 밖 신당 추진세력을 결집해 신당연대를 결성하는 등 열린우리당 창당의 핵심 멤버로도 활동했다. 그는 자신이야말로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에 꼭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군산미래발전연구소를 차리고 현장 정치에 공을 들여온 함운경씨는 “그동안 재래시장 상인들과 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추곡수매 현장에서 쌀 가마니를 날라가면서 농민들과도 많은 대화를 했다”고 말한다. 침체와 낙후의 상징처럼 돼 있는 군산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그는 당선되면 상임위원회도 비인기 상위인 농림해양수산위를 고르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를 나누는 함운경씨(왼쪽)

“정치개혁을 위해 일관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정치의 주체가 돼야 우리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침체돼 있는 군산을 위해서도 새로운 마인드와 시각을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는 중앙 정부에만 의존하는 발전 전략이 군산을 침체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제라도 지역의 특성과 조건을 고려한 발전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 그는 이번에 등원하면 “공업단지를 활성화해 군산을 발전시키겠다는 식의 추상적인 구호를 버리고 해양과 자동차 중심의 새로운 발전전략을 시민들과 함께 짜겠다”고 말했다. 상임위원회로는 인기가 낮은 농림해양수산위원회를 점찍어 두고 있다.

“이 분야야말로 난제 투성이입니다. 그런 만큼 도전적이죠. 한·칠레 자유협정(FTA) 체결과 쌀 개방으로 우리 농업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수산업도 오랫동안 침체돼 있어요.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농업 위기의 타개책을 찾고 싶습니다.”

그는 그러나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국가 전체의 시스템 혁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당선되면 먼저 이 일에 착수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개발과 중앙집권으로 상징되는 박정희식 시스템에 의존해 성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제3세계 국가 중 유례 없는 경제도약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97년 IMF 체제 때 체험했듯이 이제 박정희식 시스템은 수명을 다했습니다. 더욱이 새로운 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좌파적 운동권 출신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잣대는 이제 낡은 틀이라고 ‘항변’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성향에 대해 대부분 중도라고 말합니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아서이겠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과연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진보와 보수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는 지금 더 중요한 건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최적의 정책을 최적의 순간에 선택하는 능력 아닐까요?”

김경혜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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