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키워드] '효리'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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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 신드롬'이 2003 여름을 뜨겁고도 길게 달구었다.

효리 가슴과 입술을 닮게 해달라는 여성들이 앞다퉈 성형외과 문을 두드렸고, 카고 팬츠와 배꼽티, 생머리, 심지어 팬티까지 효리를 앞세우면 모두가 대박이었다. 광고에서도 효리가 나서야 상품이 팔렸고, 신문 방송에서도 그녀는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었다. '나가요 걸' 사이에도 효리는 그 바닥 최고의 인기 예명이었다.

효리 신드롬의 핵심은 섹시함. 효리의 '섹시'는 그러나, 섹시함이 더 이상 은밀한 욕망의 대상이나 통속 페이퍼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의 밥처럼 여길 정도로 지극히 친근한 가치가 되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웠다.

효리는, 비록 섹시함을 무기로 내세운 스타였지만 먼 무대 위의 환상 속 인물이 아니라 누구나 정답게 이야기 나눌수 있는 '가까운 그대'였던 것이다. 섹시한 효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를 무차별적으로 훌고 지나갔다.

법무 장관을 일컬어, '강효리'라 불렀어도 누구 하나 싸가지 없다 소리 하지 않게 됐다. 효리의 '섹시'가 권위와 위엄 등 평범한 사람들을 숨막히게 했던 건전치 못한 가치들을 여지 없이 구겨 버릴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였다.

전문가들은 효리의 섹시, 혹은 섹시한 효리가 몰고 온 신드롬의 원인으로 평범함 속의 섹시 혹은 섹시함 속의 평범을 꼽고 있다.

효리 가슴 입술 닮게… 성형외과 문전성시
카고팬츠 배꼽티 생머리 팬티까지 대박

박현 성형외과 원장 얘기를 들어보자.

- 이효리를 특별하다거나 '튀는 구석'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몽환적이거나, 색다른 생김새를 가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효리는 대중의 무의식 속에 존재한 미적 이상향에 잘 부합할 수 있는 외모를 가졌으며,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매력을 발산, 대중들의 이상향을 만족시켜 줌으로써 인기몰이에 불이 붙었으리라 생각한다.

용인 정신병원 하지현 과장은 효리 신드롬을 이렇게 분석했다.

- 효리 신드롬은 섹슈얼에 대한 대중의 기호가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마릴린 먼로나 김혜수 등 기존의 섹시 연예인들과는 달랐다. 그들이 가까이 하기 어려운 섹슈얼이었다면, 효리는 친숙한 섹슈얼이었고 그것이 신드롬의 핵심 이유가 된 것 같다. 친숙한 가운데 발견된 섹시함은 대중들로 하여 질투하게 하기보다 응원하고 칭찬하게 했고, 그것은 같은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일간스포츠=전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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