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마음이 일본에 간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마이너리그도 감수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꼭 이루고 싶다"던 이승엽(27)이 최근 며칠 사이에 일본 프로야구 쪽으로 마음을 굳힌 배경은 무엇일까.

이승엽은 지난 달 27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할 때만 해도 "12월 말까지는 메이저리그만 생각하겠다. 일본은 거의 실현성이 없다"고 밝혔다. 11월 30일 일본 출국 당시에도 "메이저리그 진출이 실패한다면 삼성 잔류가 70%, 일본은 30%"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펼쳤다.

그러나 일본에서 돌아온 지난 3일 귀국 인터뷰에선 "일본행 가능성은 50 대 50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내건 조건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고 마음이 끌리고 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3박 4일간의 체류기간 동안 일본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한 것이다. 말이 반반이지 국내 잔류를 50%로 낮췄다는 것은 이미 일본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선 메이저리그에서와는 달리 일본 프로야구의 환대에 마음이 끌렸다. 당시 이승엽과 동행했던 국내 매니저인 김동준 J's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이승엽이 메이저리그 명장 출신인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관심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승엽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지바 롯데 마린즈의 밸런타인 감독은 "이승엽은 좋은 선수다. 4번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밝혔으며, 휴가차 미국에 가서도 롯데 구단에 전화를 걸어 이승엽과의 협상 진척 상황을 물었다고 한다. 자신을 인정해준 것만으로도 미국 방문에서 평가절하 받은 '설움'을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었다.

계약조건도 전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천문학적인 액수로 베팅을 한 것도 그렇지만 "이승엽을 꼭 잡아라"는 특명을 내린 신동빈(시게미쓰 아키오) 롯데 마린즈 구단주 대행이 직접 "1년 또는 2년 뒤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더라도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밝힐 정도로 이승엽의 입맛에 딱 맞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승엽으로선 일본 무대도 그리 낯설지 않은 곳이다. 돌이켜보면 이승엽은 메이저리그보다 일본 진출을 먼저 염두해뒀다. 이승엽은 "원래는 일본 진출 생각했었는데 ML 스프링캠프 등 거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동경했던 메이저리그를 구체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일본에서 성공한 뒤 '제값'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은 '오기'도 발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간스포츠=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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