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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야생호랑이 얼마나 남았을까?

중앙일보

입력

야생 호랑이가 서로 다투는 모습 [세계자연기금]

야생 호랑이가 서로 다투는 모습 [세계자연기금]

100년 전 10만 마리에 이르렀던 전 세계 야생 호랑이 숫자가 이제는 4000마리도 남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야생호랑이 숫자가 3890마리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2010년 조사된 3200마리보다는 다소 증가한 것이지만 불과 100년과 비교하면 97%가량 급감한 상태다.

호랑이 뼈로 만든 약재가 밀렵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자연기금]

호랑이 뼈로 만든 약재가 밀렵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자연기금]

특히 지난해 인도에서만 76마리가 밀렵으로 희생될 정도로 야생 호랑이들의 생존은 여전히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남한에서는 이미 멸종된 백두산 호랑이(시베리아 호랑이)는 러시아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 북한 등지에 440여 마리 미만만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WWF는 “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 개발 계획이 야생 호랑이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고, 호랑이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도로·철도·운하·송전선과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등 대규모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WWF는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가 호랑이 서식지를 조각내면서 사람과 호랑이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밀렵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생 호랑이와 어미 [세계자연기금]

야생 호랑이와 어미 [세계자연기금]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인간과 야생 호랑이들이 공존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 취하지 않을 경우 중국·미얀마·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 사는 500마리의 호랑이가 10년 내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러시아·중국 등 13개 국가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호랑이 정상회의’가 열렸으며, 이를 계기로 글로벌 호랑이 보호 캠페인 'TX2'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전 세계 야생 호랑이 개체 수를 두 배로 늘리자는 캠페인이다.

WWF의 마이크 발처 호랑이 프로젝트 리더는 “호랑이는 아시아 문화 기반의 일부이고 우리가 모두 공유하는 세계의 유산”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경제개발 계획을 평가할 때 호랑이와 자연환경의 보존상태를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3890만리...세계자연기금, 지난해 말 집계 #100년 전 10만 마리에서 97% 줄어 #2010년 3200마리에서는 다소 회복세 #아시아 개발사업.밀렵으로 위협받아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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