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마저 매혹당한 마법 같은 이야기 '터크 에버래스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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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마저 매혹당한 마법 같은 이야기

진취적이고 모험심 많은 15세의 위니 포스터는 자신을 요조 숙녀로 만들려는 어머니의 강압적인 권위에 숨이 막힐 듯 갑갑하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지독하다고 소문난 사립학교로 떠나라는 어머니의 명령에 반발하며, 집안 소유의 출입이 금지된 숲으로 도망을 친다. 길을 잃고 헤매던 위니는 나무에서 솟는 샘물을 마시는 아름다운 소년 제시 터크를 만나게 된다.

제시의 형 마일즈는 위니가 자신들과 마주쳤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터크 일가의 집으로 데려간다. 겁을 먹은 위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본성이 착한 터크 가족을 만나 모처럼의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와 보이는 제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알게 되는 터크 가족의 비밀...

터크 가족의 비밀을 알고 그들을 쫓는 한 남자와 위니를 찾으려는 포스터가의 수색으로 터크 가족의 비밀은 점점 위협을 받는데...

작품해설

매혹적인,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에 빠져들다.

<터크 에버래스팅>은 판타지이면서 현실을 얘기한다. 그들, 터크 일가는 존재하지만, 세상 속에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불노불사할 수 있는 샘물을 마신 후, 터크 일가는 늙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영원한 삶을 살아간다. 신비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얼른 찾아가서 누구라도 마시고 싶은 샘물의 비밀. 그러나 터크 일가는 그 비밀을 철저히 지키려고 한다. 그것은 터크 일가가 늙지도, 죽지도 못하는 샘물만의 저주를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다. 터크 일가에게 삶은, 결코 멈추지 않는 시간에서 벗어나 그 존재감마저 애매한 흐르는 물에 박혀 있는 돌과 같다.

위니가 제시와의 사랑을 뒤로한 채, 샘물을 마시지 않은 이유는 현명하게도 그녀는 죽지 않고 사는 저주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의 순리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삶'과 '흐르는 자연의 시간에서 벗어나 내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어 죽어도 나는 젊은 모습 그대로 사는 삶' 중 선택을 하라면 당신은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

결국 영원한 삶이냐, 아니냐 보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방점이 아닐까 싶다. 영화 <터크 에버래스팅>은 영원한 삶과 평범한 인간의 삶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단순한 질문을 넘어 환상적인 영상속에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 지금의 삶의 모습들이 소중하다는 진리를 조용히 가르쳐 주고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때는 젊음을 갖고, 시간이 흘러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은 영원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고통보다는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한 환상적인 영상

살아 숨쉰다. 영화 <터크 에버래스팅>의 모든 영상이 살아 숨쉰다. 한편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상큼한 영상은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움을 훌훌 털어버린다. 무성한 숲과 아담한 계곡, 평화로운 호수, 그 사이에서 연기를 뿜는 굴뚝이 있는 오두막.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영원한 인생을 산다 해도 어느 누구 못지 않게 살아 있음을 표현하고픈 터크 일가의 바람이 그 안에 가득하다.

게다가 귀엽고 예쁜 선남선녀, 제시와 위니는 주위의 아름다운 어느 배경보다 더욱 빛난다. 22살 동갑내기인 알렉시스 블리델과 조나단 잭슨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풋사과와 같이 싱그럽다. 순정만화 그림속에서 방금 빠져 나온 듯한 그들은 그 환상적인 화면을 온통 누비며, 젊음의 싱그러움을 어떤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전염시킨다. 그들이 뛰어든 계곡 속으로 함께 풍덩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만큼 화면은 젊음의 활기로 가득 찼고, 100년을 함께 해도 좋을 만큼 자유롭다.

숨이 막힐 듯,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한 영상으로 인해 관객들 또한 잠시나마 시간이라는 물리적 늙음을 뒤로한 채 영원한 젊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씨네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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