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도 양보하면 빨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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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트래픽을 위해 빠른 경로를 양보하는 '이타주의'가 결과적으로 인터넷을 더 빠르게 만든다는 이론이 제기됐다.

코넬대학의 컴퓨터과학자 2명은 컴퓨터 네트워크의 가장 빠른 경로로 트래픽을 전송하려는 '이기적인' 특징이 트래픽 과부하와 속도제한 현상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만일 데이터를 전송하는 라우터가 다른 트래픽들을 위해 가장 빠른 경로를 양보하도록 프로그램된다면,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데이터 전송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바 타도우스와 팀 러프가든은 14일 미과학진흥회(AAAS)에서 '이기적인 라우팅과 그 대가'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이 발표는 경제원리의 인터넷 적용을 연구하는 '인터넷 사용의 게임 이론적 측면'이라는 토론회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데이터 패킷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은 다양하다.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 패킷이 마주치는 라우터이다. 두 과학자는 "라우터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보를 전송할 경로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시험용 패킷을 전송해 시간을 측정할 수도 있고, 가까운 네트워크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라우터는 보통 가장 한가한 길을 선택해 이 길이 막히기 전까지 사용한다. 이 경우 라우터는 그전까지는 비어있던 경로상에 자리잡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결국 이상적인 시스템보다 느린, 수학용어로 '내쉬 균형'이라고 하는 평형상태에 이르게 된다. 타도우스와 러프가든은 라우터가 패킷 경로를 결정하는 방법과, 이로 인해 네트워크가 이상적 시스템보다 평균 1.33배까지 느려지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상호 연결된 경로를 더 늘리는 것 역시 '브라이스의 역설'이라는 효과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주장했다. 즉, 교통정체상황에서 빨리 가려고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는 차량들 때문에 전체 교통흐름이 더욱 느려지듯이, 더 빠른 경로를 찾아 오락가락하는 패킷들로 인해 해당 경로를 사용하는 패킷 속도는 전체적으로 더 느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러프가든은 "라우터의 이같은 트래픽 조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장 한가한 경로를 찾는 것 뿐 아니라 그 경로로 패킷을 보낼 경우 전체적인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도 함께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반드시 필요한게 아니라면 가장 빠른 경로를 양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모든 데이터 전송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한편 연구결과를 발표한 두 과학자는 이 같은 수학적 분석은 가상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프가든은 "실제 인터넷이 이 수학적인 모형에 얼마만큼 적용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 : ZDNet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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