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 놓고 또한번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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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뭔헨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를 놓고 또 한번 충돌했다.
 윤병세 장관은 회담에서 “중국 내에서 경제ㆍ문화ㆍ인적교류를 넘어 순수 예술 분야까지 규제하는 것을 강하게 우려한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며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문제를 제기했다. 장관급에서 이 문제를 공식 항의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왕 부장은 “중국 정부는 그런 규제에 관여한 바 없다. 중국 국민의 정서와 관련된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윤 장관은 “사드는 자위적 방어 조치이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 더해 “지난 12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얼마나 임박한 위협인지 다시 보여주는 계기가 됐고, 그런 측면에서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확인해준다”고 못을 박았다.
 양국 간 신경전은 한ㆍ미 외교장관 회담 다음날,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 직전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을 택한 중국 상무부의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금지 조치 발표 덕분에 누그러졌다. 왕 부장은 “수입 전면금지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2321호)를 이행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의지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중국이 취한 조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사드와 관련한 신경전도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 열린 지난해 7월 라오스 비엔티안 회담 때보다 약했다. 당시 왕 부장은 윤 장관이 회담 모두 발언을 할 때 턱을 괴고 듣거나 손사래를 치는 등 의도적으로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으나 이번은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정도였다.
 당장 이날 회담장 안팎에선 지난 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중 압박 공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7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왕 부장의 첫 회담 결과를 주목해보라"고 했다. 미 국무부 발표를 보면 틸러슨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의 비행(非行)을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all available tools)을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공식 보도자료에서 이 정도 표현이 나왔다면 실제 회담에선 훨씬 고강도 발언이 나왔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외교소식통은 “16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선 중국을 움직이기 위한 방안으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까지 논의됐다”며 “한·미가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뭉치는데 중국도 마냥 대립각만 세우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원한 쪽도 중국이었다고 한다. 뭔헨=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트럼프 행정부 대중 압박으로 상대적으로 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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