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는 승엽 열풍!

중앙일보

입력

일본 열도에 지바 롯데 이승엽(28)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이승엽은 적응만 해도 다행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바 롯데의 간판선수로자리를 잡은 것은 물론 퍼시픽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도약했다. 6일자 일본 스포츠 신문에 한글과 한국 신문이 등장했다. '닛칸스포츠'는 2면에 '李ナルリョボリョ(이! 날려 버려)'라는 제목을 뽑고 그 아래 한글 고딕체로 '날려버려'라고 적었다. 이승엽이 타석에 등장할때 관중들이 응원가에 맞춰 외치는 구호를 그대로 표기한 것이다.

지바 롯데 응원석에서는 '해변으로 가요' '님과 함께' 등 예전 한국 가요가 흘러나온다. 또 '스포츠 닛폰'은 전날 이승엽의 150m짜리 홈런을 1면에 보도한 '일간스포츠(IS)' 등 한국 스포츠 신문을 모아놓은 사진을 실었다. 일본 스포츠신문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신문이고 보면 이승엽의 비중이 얼마나 대단한지 쉽게 짐작이 간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공중파 TV 방송국들은 매일 저녁 스포츠뉴스 시간에 프로야구 전경기를 하이라이트로 엮어 내보낸다. 센트럴리그 소식이 먼저 전해지고 그 다음 퍼시픽리그 소식을 전할 때 맨 먼저 등장하는 팀이 바로 지바 롯데이고 당연히 이승엽의 소식이 빠지지 않는다. 장외 홈런을 날린 4일에는 마린 스타디움 히어로 인터뷰 말미에 '감바리마쓰(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일본어로 말하는 장면을 내보낸 뒤 진행자가 '감바리마쇼(열심히 합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팬들의 성원도 대단하다. 이승엽이 등장할 때마다 응원가는 물론이고 이승엽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마린스타디움 스탠드를 가득 메운다. 부인 이송정 씨의 인기도 덩달아 뛰어 오르고 있다. 본부석 뒤 로열박스에서 관람을 하다보면 팬들이 어느새 창문 앞으로 다가와 사인을 요청하거나 악수 공세를 펼친다.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 씨가 '우리 아이(이송정 씨) 인기가 승엽이 못지 않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기념품 매장에서 '36'번을 찾는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바 롯데는 구단 유니폼을 판매할 때 팬들이 마음에 드는 등번호를 부착할 수 있도록 숫자도 함께 판다. 요즘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숫자는 '3'과 '6'이다. 둘을 조합해야 이승엽의 등번호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바(일본)=일간스포츠 박승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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