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4파전 <6>|대통령선거앞둔 각당 전략을 점검한다|전일화까지는 난관첩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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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김씨가 21일 회동에서 월내에 후보단일화문제를 매듭짓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함으로써 금방 이문제에 무슨 극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않다.
특히 두사람 사이에 지금까지 이견이 있었던 총재·후보분리라는 역할분담 문제에서도 의견이 합치하고 있어 해결방안이 열린 것처럼 보이기도한다.
그러나 실상 그 내막을 들여다 볼때 양계파의 입장이 크게 바뀐것이 없는것 같다. 김총재측이 역할분담론에서 종전입장을 양보하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후보단일화를 조속히 매듭짓자고 나오는데 대해 김고문측이 굳이 반대할 명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단 이를 받아들여놓고 사태의 진전을 봐가며 다시 대책을 만들어가자는 의도인것 같다. 김고문측은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논란끝에 상도동의 요구대로 전당대회준비위 구성까지는 동의를 해주었다. 그러나 막상 두김씨간의 후보단일화문제와 전당대회개최 조건을 위임받은 김동영·이용희부총재의 2인협의기구가 이 표면적인 두김씨간의 합의대로 잘 굴러갈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김·이협의기구는 전당대회의시기·개최조건등을 후보단일화문제와 함께 협의하게될 전망인데, 여기서 다시 36개 미창당지구문제가 난관으로 등장할 것이 틀림없다.
상도동측은 36개 미창당지구에는 손댈 생각이 없고 그대신 총재의 권한이 작용할수 있는 중앙상무위구성등을 추진할 작정이다. 그러나 동교동측은 대통령후보를 뽑는 전당대회를 여는데 전지구당의 3분의1이 넘고 1천5백만명의 국민을 대표하는 36개 지구당을 그대로 둘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논의가 다시 원점에서 맴돌게될 가능성이 크다.
상도동측이 전당대회소집을 강행하려 해도 동교동측은 소집결정을 내려야하는 정무회의에서 이를 저지하고 전당대회 소집권을 갖고있는 전당대회의장이 동교동계이므로 소집 하지 않을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될 경우 전당대회의 시기와 강행여부를 놓고 양파가 다시 맞부딪쳐야 하는데 이것이 후보단일화를 매듭짓는 시기와 얽히게될 것이다.
상도동측은 두김씨간의 관계를 이젠「재정리」하겠다는 생각이 있는게 아닌가 보여진다.
그래서 동교동측을 궁지로 몰기 위해 조기전당대회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상도동쪽이 그와같은 강압전략을 펼치면 동교동쪽으로서도 뭔가 마지막 결심을 해야될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아예 딴살림을 차리거나 당내에서 경선으로 맞붙든지, 아니면 재야운동권의 호응을 얻어 김총재쪽에 압력을 가하든지 해야한다.
어차피 양측의 마지막 전략을 선택하는 시간적인 여유는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는 않은 것같다. 이달안에 매듭짓겠다는 것은 피차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김씨가 서로 후보를 양보할 생각이 없는데 있음은 물론이다. 역할 분담론에 있어서도 그렇다.
총재와 후보를 분리한다는 원칙에는 양측이 합의하고 있지만 정작 누가 대통령후보가 되느냐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에서는 두사람의 논의가 원점을 맴돌고 있다.
당초 역할분담을 먼저 제기한 것은 동교동쪽이었다.
9월들어 두김씨 사이에 후보단일화논의를 거론하면서 양측은 김동영(상도)·이용희(동교) 부총재를 단일화 협상대표로 지명했었다. 이 두사람간의 협상에서 이부총재가 대통령후보를 한쪽이 차지하면 다른쪽에는 당총재직과 국회의장직을 주자는 분담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회의원 공천권·각료직을 6-4로 나누자는 얘기도 나왔었다는 소문이지만 두부총재는 그런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공천권·각료직 같은 것은 이미 오래전 신민당시절 두김씨간에 50대50으로 양분하기로 밀약이 됐었다는 것이고 그것은 민주당으로 분열해 나올 때 다시한번 확인, 문서화까지 된것으로 되어있다.
아뭏든 후보와 총재·국회의장을 나누자는 동교동측 안은 상도동측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광주·목포방문이후 자신감을 얻은 동교동측이 4파면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총재·후보일원화가 독식론으로 후보단일화를 어렵게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상도동측도 전략을 수정, 이를 역제외하지 않을수 없게된 것이다.
상도동측은 역할분담과 함께 최근 당내 소장의원들 사이에 확대되고있는 후보단일화요구 움직임을 업고 당을 일찌감치 선거체제로 정비하는등 계속 휘몰아칠 생각이다.
김고문측이 계속 후보단일화논의에 소극적으로 응하고 4파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면 그 시기를 늦출 것이 아니라 일찌감치 결판을 내야한다고 보는것 같다. 분당하든지, 동시출마할 의사가 있다면 그 속셈을 빨리 노출시키자는 작전이다.
동교동측은 4파면을 해도 유리하다고 보는터에 굳이 후보단일화의 고리에 묶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때문에 동교동측은 11월 선거운동기간을 투쟁기간으로 실정하고 재야·학생들의 동향이 보다 선명히 부각될 시기까지 단일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김고문 쪽에는 아직 시간을 벌어야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총재쪽이 총재권한을 휘두르며 당을 선거체제로 급박히 휘몰아가고 임시전당대회를 강행하려든다면 김고문측도 마냥 끌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더우기 후보단일화는 재야나 일반국민들로부터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명분이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양측 모두가 자신이 후보가 되는것이 후보단일화라고 생각하는데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결국 민주당의 후보단일학문제는 21일의 합의가 있었지만 많은 난관을 겪어야 하며 그 성패 역시 아직은 미지수라 할수밖에 없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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