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오로지 헌법 가치로 판단해야 불복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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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변론을 오는 24일 열기로 했다. 22일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23일 양측의 ‘최종변론서’ 제출을 받고, 24일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측의 최후변론을 청취한다는 일정이다. 이대로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전례에 비춰 최종변론 이후 2주 정도의 결정문 작성 시간을 감안할 때 3월 초·중순께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 측의 반발이 있어 변동의 소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8인의 재판관 체제에서 마무리될 개연성은 매우 높아졌다.

헌재는 그동안 절차적 공정성과 법리적 정당성을 최대한 지키며 심리를 진행해왔다고 본다.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핵심 증인들의 증언, 검찰과 특별검사팀의 수사기록 등을 통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전모와 실체를 파악했다. 더 이상의 국정 공백 상태를 방치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심증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격렬해지고 대립과 분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군중심리에 편승한 정치인들의 선동적 발언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헌재를 압박하는 행태는 자제하고 재판관들의 냉철한 결단을 기다려야 한다. 불복은 우리 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증거를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형사재판과 달리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한’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는지가 관건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8인의 재판관은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남용,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생명권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여부 등 탄핵 사유를 따져볼 것이다.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인용해야만 파면되고, 그렇지 않으면 기각된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문제다. 재판관들이 한 치의 편견과 예단 없이 정교한 법리와 헌법적 가치에 의거해 가장 공정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 믿고, 그 역사적 심판을 조용히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