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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now] 13년 만에 '폭죽' 해금 … 중국이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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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인의 최대 명절인 춘절(설날)을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각종 전통 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은 서남부 쓰촨성 충칭에서 주민들이 용춤을 추는 모습. [충칭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는 장타오(張濤.43)는 올해로 공안(公安.경찰) 생활 15년째다. 매달 1500위안(약 20만원)도 안 되는 박봉이지만 이런저런 정부 보조금으로 별 불만 없이 살아왔다. 몇 년 사이 인력이 보충돼 춘절(春節.설날) 때 집안 어른도 찾아뵐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어림도 없다. 13년 만에 폭죽놀이가 해금되면서 공안 당국 전체에 비상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27일 밤부터 춘절인 29일 밤까지 꼬박 비상근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부모님 모시고 녠판(年飯.설 전날에 전 가족이 함께 먹는 저녁) 먹기도 틀렸다"며 입을 비쭉 내민다. 중국 당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폭죽놀이를 허용한 것은 올림픽을 앞둔 분위기 띄우기가 목적이다. 전통 놀이를 되살리자는 취지도 있다.

시민들은 폭죽놀이 허용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27일자 신문들이 예외없이 3~4개 면에 걸쳐 폭죽 특집을 마련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베이징 신문들은 시내에서 폭죽을 파는 임시 판매소 562곳의 위치를 전화번호까지 곁들여 자세히 소개했다.

◆ 한 달 월급을 폭죽으로=베이징 시내에서 파는 폭죽은 종류도 다양하다. 0.12위안(약 15원)짜리에서 1만 위안이 넘는 것까지 있다.

단 한순간에 공중으로 1만 위안(약 130만원)을 날려보내는데도 이를 구입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고 한 판매상은 귀띔한다. 20년째 베이징에서 택시를 운전해 왔다는 위성샹(兪勝祥.47)은 "한 달 수입과 맞먹는 1300위안짜리 폭죽을 장만했다"며 "큰 상자 모양인데 한번 불을 붙이면 나선 형태로 돌아가면서 하늘로 불화살을 쏘아올린다"고 자랑한다.

◆ 까다로운 폭죽놀이 조건=하지만 일부에선 편편하지 않은 표정이다. 화약을 쓰는 폭죽놀이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인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만큼 허가 조건이 까다롭다.

우선 폭죽놀이의 시간과 장소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베이징시를 중심가에서부터 순서대로 도는 2~6환(자금성을 1환으로 간주)의 환상도로를 기준으로 5환 이내 지역에서는 추시(除夕.설 전날) 새벽 0시부터 설날 밤 12시까지로 제한된다.

설 다음날부터 정월 닷새까지는 매일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즐길 수 있게 했다. 5환 밖의 지역에선 1년 내내 폭죽놀이가 가능하다.

5환 안에서도 최고지도자들의 숙소이자 집무실인 중난하이(中南海)를 비롯한 ▶천안문(天安門) 주변의 대사관 밀집 지역▶문화재 시설 반경 25m 이내▶주유소 등 위험물 보관 지역 10m 이내▶주차장 및 전철역 구내 등 3만여 곳은 폭죽놀이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를 어기면 기업이나 단체의 경우 최고 3만 위안(약 390만원), 개인은 최고 500위안의 벌금을 물게 된다. 공공 재산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형사책임도 져야 한다.

◆ "기운 분출이 목적"=중국인들이 이처럼 기를 쓰고 폭죽을 장만하는 이유는 뭘까. 벽사(僻邪)와 발복(發福) 기원 이외에 문화학자들은 "인기(人氣.사람의 기운)를 내뿜기 위한 자기해소 행위"라고 해석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얘기한 인정승천(人定勝天.사람은 반드시 하늘을 이긴다)과도 같은 맥락이다. 천지사물을 압도하는 인간의 기운을 분출하고 싶은 욕망이 폭죽을 통해 표현됐다는 얘기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 바로잡습니다

1월 28일자 6면 '중국 13년 만에 폭죽 해금' 기사 중 오자가 있었습니다. 금지구역에서 폭죽놀이를 했을 경우 최고 벌금액 '3만 위안(약 490만원)'을 '3만 위안(약 390만원)'으로 바로잡습니다. 위안당 130원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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