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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 상장 의혹…3대 쟁점은

중앙일보

입력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 상장 의혹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이 부분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앞서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하고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소환조사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15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상장 특혜 의혹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홈페이지에 (해명을) 전부 다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홈페이지에 “상장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해명 자료를 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려고 하고 있어 우량 기업을 국내 시장으로 유도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특검은 상장 과정에 금융당국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에게 수차례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지원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최근 특검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 상장 의혹과 관련한 세 가지 쟁점을 정리했다.

①적자 기업 상장은 특혜였나?=주식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 가치로 평가된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주식시장 상장이 필요하지만 2015년 11월 규정이 바뀌기 전만 해도 적자 기업은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어려웠다. 당시에도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한 코스닥 시장은 기술력만 있다면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스닥과 달리 코스닥은 ‘B급 시장’으로 변질됐다. 신기루 같은 기술력을 미끼로 투자자 돈만 끌어 모은 뒤 ‘먹튀’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네이버ㆍ엔씨소프트 등과 같은 유명 기업들은 코스닥을 떠나 거래소로 옮겨갔다. 비슷한 가치의 기업이라도 코스닥에 상장됐다는 이유만으로 제값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기관투자가들은 코스닥 시장 자체를 외면했다.

때문에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고 주식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을 달성하기 위해선 코스피에도 적자 기업을 상장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 필요했다. 2015년 11월 당시 한국거래소도 “일시적으로 실적이 미흡한 기업, 미래에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에 상장 편의성과 기회를 확대하고자 코스피 상장 규정 요건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그러나, 규정 개정 이후 혜택을 받은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무이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 쳐 준 이유의 하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존재다. 바이오 산업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복귀 직후 발표한 신성장사업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두는 부문이었다. 삼성이 현재까지 약 1조원을 바이오ㆍ제약 분야에 투자한 것도 이런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룹의 바이오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1대 0.35의 합병 비율을 국민연금이 옹호한 것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10조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합병에 반대한 국제 의결권자문기구 ISS가 1조5000억원으로 추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합병 비율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했다. 자본 시장에서 주가는 기업가치를 대변한다. 개인들 놀이터로 전락한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상장이 필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10일 공모가 13만6000원에 상장됐다. 시가총액은 8조9980억원.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ISS보다는 찬성한 국민연금 추정치에 가깝다. 최근엔 16만원선에서 거래된다. 시가총액이 10조원을 웃돈다.

②왜 하필 2015년 11월 규정 바꿨나?=2010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박스권에 갇혔다. 침체한 자본시장을 살릴 만한 계기가 필요했다. 금융당국이 들고 나온 대안은 ‘한국판 테슬라’를 키우는 것이다. 기관들 자금이 모이는 코스피라야 상장 효과가 더 확실하다.

실제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등도 미래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2010년 나스닥 상장 전이나 후에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지만 400억 달러(약 46조원)의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검은 상장 규정을 바꾼 시기에 주목한다. 2015년 11월 코스피 상장 규정 개정 당시, 이를 최종적으로 심의ㆍ의결하는 기구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였다. 이곳의 위원장은 금융위 부위원장이 당연직으로 맡는다. 정찬우 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기 한 달 전엔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부임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이에 대해 “코스피 상장 규정 개정은 증선위에 올라오는 수많은 안건 중 하나에 불과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삼성바이로직스 상장은 내가 부임하기도 전에 이미 다 결정된 일”이라고 말했다.

③코스피 상장이 꼭 필요했나?=한국거래소 측은 “상장 특혜 의혹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나스닥 상장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오히려 우리 쪽에서 한국 대표기업이 외국에 상장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삼성 쪽에 수차례 국내 증시 상장을 요청했다”며 “당시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피)와 코스닥본부가 서로 유치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14일 자사 홈페이지에 “상장 과정뿐 아니라 상장 후에도 어떠한 특혜도 받은바 없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2015년 11월 4일) 코스닥 상장이 가능했지만 바이오 제약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이 용이한 나스닥이 상장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해 나스닥 상장을 우선 검토했다”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지속적인 권유와 국내 여론,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9월 1일 완료됐고 회사는 2016년 11월에 상장돼 (삼성물산과) 관련이 없다”며 “상장 추진을 결정한 것은 2016년 4월”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상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의 바이오시밀러 투자자금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그러나,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결국 “코스피에 상장했기 때문 아니냐”고 의심한다.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30위권 안에 들면서 시총 규모에 따라 주식을 편입하는 패시브 펀드 자금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국민연금이나 기관들도 국내 바이오 업계 마땅한 투자처가 없던차에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워낙 덩치가 커 상장 직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에도 특별 편입됐다. 이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외국계 펀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중만큼 사야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국인 비중은 약 12%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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