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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 출발부터 미덥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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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산의 신항이 개항 1주일째 한 척의 배도 들어오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다. 두 달 전 개항한 중국 상하이(上海) 양산항을 의식해 개항 시기를 1년4개월 앞당긴 부작용이 여기저기 불거지고 있다. 신항 측은 개항식 때도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선박 세 척과 빈 컨테이너까지 행사용으로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와 경상남도의 갈등으로 항구 명칭도 영어로는 부산뉴포트, 우리말로는 신항으로 부르기로 우스꽝스럽게 봉합됐다.

계획대로라면 신항은 2012년까지 연간 804만 개의 컨테이너 처리 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항만이 된다. 그러나 동북아 허브항이라는 장밋빛 구상에 걸맞지 않게 출발부터 영 미덥지 못하다. 신항만 측은 "최첨단 하역장비와 최신 운영시스템을 갖춘 부두여서 2월 이후에는 국제적인 선사들과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배후도로와 철도, 물류단지 등 항만지원 인프라가 열악해 상당 기간 환적화물이나 부산항의 잉여화물을 처리하는 신세가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앞으로 신항이 순탄하게 발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초 정부는 국내 항만 물동량이 매년 15%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신항 건립에 나섰으나 지난해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 물량은 전년 대비 2.7% 증가에 그쳤다. 또 세계 1위의 항만을 노리는 상하이 양산항은 환적화물 유치를 위해 환적 비용의 절반 가량을 깎아주는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동북아는 세계 컨테이너 물량의 30%가 오가는 지역이다. 중국 양산항은 물론 홍콩.싱가포르 등도 동북아 허브항구를 꿈꾸고 있다. 백년대계 인프라인 부산 신항의 운명은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다. 지금부터라도 매력적인 항구로 만드는 게 급선무다. 부두만 잘 지어놓는다고 화물이 제 발로 찾아오는 건 아니다. 신속하고 편리한 화물 처리를 위해 항만지원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입항료 할인 등 화물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시급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