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다시 떠오른 사드 배치 논란

중앙일보

입력

1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범여권은 북한의 도발 우려를 제기하며 조속한 사드 배치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야권은 기존의 '사드 반대' 입장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5일 "(김정남 피살 등) 이렇게 상황이 변화돼 있는 상황에서 사드배치를 반대할 명분은 많이 약해졌다"며 '사드 반대' 당론 변경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 대표는 "그동안의 정확한 입장은 사드배치 결정 단계에서 (정부가) 소위 3노(No), 미국 측에서 요청한 바도 없고 회의한 바도 없고 결정된 바도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다가 일주일도 안 돼 성주로 후보지를 결정한 것에 대한 반대였다"며 "상황 변화가 많았기 때문에 개헌 및 사드배치 등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에선 이번 피살 사건으로 대선구도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로 에정된 경선 선거인단 모집 선언식을 취소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관위 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큰 뉴스지만 도가 지나치다"며 "한국 공영방송들이 너무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또, 김종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통일전문위원은 "이 문제를 많이 키우려는 것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김정남이라는 사람이 현재 지도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남북관계와 관련된 사람도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안보와 경제는 항상 대선 때마다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지금 여권은 경제에도 안보에도 철저하게 실패했고 무능하다는 사실"이라면서 "경제위기 상황, 안보불안 상황 극복을 위해서도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 문제에 초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방비 GDP 대비 3%까지 증액', '합참 내 전략사령부 창설', '청와대 NSC 내 북핵 대응센터 설치' 등 국방정책 발표를 통해 안보에 대한 공약들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여권은 안보 문제를 부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정남 독살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김정남 독살사건을 비롯,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선 것에 대해 "어떤 급박한 움직임이 북에 있다는 징후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차기대권 연기론, 재검토론, 검증 후 배치론 등 사드배치에 관해 야당의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며 야권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인제 최고위원은 "북한이 3일 전 핵운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하루 지난 이틀 전에 김정남을 암살했다. 두 가지 사건은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지만 원인은 똑같은 하나"라며 "북한의 체제가 수명을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이 이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주도해 해결하는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찬가지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원유철 의원은 "김정은 정권의 오판을 막고 광란의 무력 도발을 멈출 수 있는 길은 북한보다도 우리가 더 훨씬 강력한 핵 억제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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