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턱밑에 있는 버지니아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 청년 11명이 테러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버지니아 지하드'사건의 파문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가담자 규모가 9.11테러 이후 단일사건으로는 가장 크다. 특히 백인 청년 두명과 함께 교민인 權모(27)씨가 이 단체의 핵심에 포함돼 있어 워싱턴 교민은 물론 재미 한국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건은 2000년 6월 지역대학 동창생이자 폴스처치 지역 이슬람 신도였던 權씨를 포함한 5명의 친구들이 당시 파키스탄을 막 다녀온 랜달 로이어(30)에게서 카슈미르 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이후 차례로 파키스탄을 방문하고 카슈미르 독립을 추구하는 이슬람교단체인 '라슈카'에 가입했다. 이 중 2명은 라슈카가 운영하는 훈련소에서 '모험 삼아' 사격훈련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틈나는 대로 '페인트 볼'게임에 참여했다. 모임의 인원도 11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모험'은 그러나 9.11 이후 환경이 달라졌다. 2001년 말 미 정부는 라슈카를 '불법테러단체'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파키스탄을 수시로 다녀왔던 이들은 금방 눈에 띄었다.
이후 1년 이상 이들의 전화.e-메일에 대한 도청.감시가 이뤄졌고 "결국 미군이 이슬람교도에게 최대의 적""세계 어디에 가서든 이슬람교도를 도와야 한다"는 등의 발언들이 증거로 차곡차곡 쌓였다. 마침내 미 정부는 지난 7월 이들을 체포해 기소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이들은 최고 1백55년의 형을 받게 된다.
변호인들은 ▶이들이 가입했을 당시의 라슈카는 합법단체였고▶카슈미르 사태는 미국과 직접 관련이 없으며▶이슬람교 청년들이 의협심에 사적으로 나눈 말을 중대한 테러 모의로 몰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민 2세대 출신인 權씨는 지난 한해 동안 한국에 머물다 올해 초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미국에 돌아갔다. 그가 왜 이슬람교도가 됐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8일 이 사건을 톱으로 보도하면서 "젊은이들의 호기심과 종교적 목적에서 비롯된 단순한 활동들이 엄청난 반미 테러 모의로 간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