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열차사고, 기강해이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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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올 들어 철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8일 발생한 대구 경부선 열차추돌 사고를 포함해 9건의 열차사고가 발생했고, 열차 승객사고는 2백건을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늘었다. 사망자는 전년도 같은 기간 19명의 두배에 육박하는 36명이나 된다.

사고 건수도 늘었지만 대부분의 열차사고가 종사자가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 대구사고 당시 승객을 태운 무궁화호 기관사는 멈춰서 있던 화물열차를 뒤에서 그대로 받아버렸다.

오전 7시가 넘어 날이 훤히 밝았고 시계(視界)가 정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전방주시를 태만히 해 1백여명의 사상자를 냈다니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는다.

화물열차 기관사도 '정상운행'을 하라는 무선교신을 오해해 열차를 정차시켰고, 이런 상태인데도 운전사령은 뒤에 가던 무궁화호 열차에 운행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안전운행의 기본이 깡그리 무시된 셈이다. 시속 3백㎞의 고속열차가 운행될 내년 4월 이후의 대형사고 가능성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철도 종사자들의 기강해이는 더 이상 방치돼선 안된다. 물론 불법파업에 따른 징계의 여파로 업무에 미숙한 직원들이 대체투입되긴 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했고, 변명거리도 못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대형사고가 한달에 한번꼴로 발생하는 데 대해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는 것이다.

철도 당국은 선진국 수준의 체계적인 안전관리 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철도안전법 제정을 서둘러 현재 철도청장 훈령으로 돼 있는 안전 규정을 대체토록 해야 한다. 사고다발의 배경에는 국유화돼 있는 철도 소유구조도 도사리고 있다.

피해보상을 국민 혈세로 충당하다 보니 사태의 심각성에 무신경해지는 것이다. 공사화가 돼 사고 발생시 보상금만큼 이익과 임금이 줄어든다면 안전불감증은 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철도공사법의 입법과 한국철도공사의 출범은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