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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놀거리볼거리] 극장가 설 흥행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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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리틀

무극

유독 짧은 설연휴에도 대목을 맞은 극장가의 흥행전은 치열하다. 연말부터 상영 중인 사극'왕의 남자'를 필두로, 조폭코미디'투사부일체'와 실화를 소재로 한 '홀리데이'가 이미 지난주 개봉했다. 새 개봉작을 위주로 볼만한 영화를 추려 본다.

◆ 가족물=어린이를 동반한 관객이라면 애니메이션'치킨 리틀'과 실사영화 '열두 명의 웬수들2'를 권한다. 둘 다 전체관람가다. '치킨 리틀'은 병아리를 의인화한 주인공 소년이 소심함을 딛고 주위의 신뢰를 받게되는 성장담이다. 어른들 눈에 딱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어른들은 놓치는 희한한 사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는 주인공의 눈높이 관객에게는 나름대로 재미를 줄 만하다. 둘 낳아서 키우기도 힘든 세상인데, '열두 명의 웬수들2'에는 무려 12명의 자식들이 등장한다. 개성도, 고민도, 말썽의 소지도 제각각이다. 그래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는 법. 이들을 키우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을 통해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되씹는다. 정서는 다분히 미국적이지만, 관객의 연령별로 다양한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로맨스=커플형 관객용으로는 설경구.송윤아 주연의 '사랑을 놓치다'와 무협액션을 가미한'무극'이 있다. '사랑을 놓치다'는 대학시절부터 한 남자를 짝사랑해 온 여자와 그 여자의 존재를 한발 늦게 깨달은 남자의 이야기다. 애잔한 여운을 좇는 카메라가 사랑의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무극'은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왕비.노예.장군 세 인물을 중심으로 판타지적 사랑과 액션을 보여준다. 순진무구한 노예 쿤룬이 자신의 새 주인이 된 장군의 갑옷을 대신 입고 절세미녀 왕비의 목숨을 구해내면서 세 사람 사이에 엇갈리는 사랑이 시작된다. 짜임새 있는 줄거리보다는 마치 원색의 그림책을 차례로 펼치는 듯한 화면구성에 힘이 실렸다.

◆ 코미디.액션='투사부일체'는 '두사부일체'(2001년)의 배우들(정준호.정웅인.정운택)이 다시 뭉친 데서 짐작하듯, 전편의 판박이 영화다. 뜻하지 않게 학교에 간 조직폭력배가 좌충우돌한다는 설정이 똑같다. 주인공 계두식의 신분이 전편의 학생에서 이제 교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성재.최민수 주연의 '홀리데이'는 1988년 재소자들이 총을 들고 탈주해 인질극까지 벌인 지강헌 사건이 소재다. 영화는 당시 탈주범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실화에 없던 대목을 크게 가미해 사회의 부조리를 좀 더 극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주정완.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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