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음료는 그만 코코넛 드세요" 뚱보 국가 바누아투의 '건강한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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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당음료는 그만. 코코넛과 바닷가재 드세요.”

오세아니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에서 올 3월부터 ‘건강한 실험’이 시작된다. 바누아투 안에서도 가장 외진 마을 토바가 과자와 당음료 등 수입 정크푸드(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의 총칭)를 공식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수입 국수면이나 캔음식 등도 허용되지 않는다. 관광청 측은 “토바 내 13개 섬을 유기농 음식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민 수 9000여명에 불과한 토바가 이 같은 특급조치에 나선 건 성인 비만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2014년 기준 바누아투 전체 인구 25만명의 비만율은 24%나 된다. 정크푸드 원조국가 미국(9.3%)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바누아투 뿐 아니라 태평양 섬나라 전체가 높은 성인 비만율을 보이고 있다. 통가 왕국이 52%로 전체 188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태평양 일대 다른 10개 국가도 19~37%나 됐다.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식문화 변화가 원인이라고 본다. 지난 10여년간 전통적인 뿌리 작물 섭취에서 과당 가공 식품으로 기호식품이 변하면서 비만율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비만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신장 질환 등 질병 발생 때 해외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도 고민거리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바누아투의 수도 포트빌라의 중앙정부가 2년 내 토바에 수입 정크푸드 전면 금지를 시행하는 한편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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