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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빠진 미세먼지 대책의 허망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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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차가운 북풍이 불면 공기가 맑고, 추위가 조금 풀리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三寒四微)’란 말도 나온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게 겨울철 한반도 날씨의 특징이 됐다는 말이다.

지난달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월 평균치는 ㎥당 3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나 됐다. 서울시가 초미세먼지 월 평균치를 공개한 2013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6㎍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인 10㎍을 훨씬 뛰어넘은 것은 물론 국내 연간 환경기준 25㎍까지 넘어섰다.

초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고, 호흡기 질환에다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최근 우울증·자살·치매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흡연처럼 ‘만병의 근원’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경유차 매연을 줄이고, 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는 등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사정은 더 나빠졌다. 대책에 구멍이 뚫린 탓이다.

대표적인 게 경유차 조기 폐차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05년 이전에 생산된 경유차의 조기 폐차를 유도하기 위해 올 한 해 964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폐차가 시급한 낡은 트럭 대신 멀쩡한 레저용 차량이 몰린다. 평균 160만원의 폐차 지원금에다 새 차 구입 때는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을 들인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더 큰 구멍이 있다. 미세먼지 오염 원인의 핵심은 전 세계 석탄의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인데, 중국을 그대로 두고 국내에서만 오염을 줄인다고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지난달 수도권에서 미세먼지가 두 차례 치솟았을 때 중국 등에서 들어온 오염물질이 65~8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공동 관측 연구 프로젝트나 측정 자료 요청 외에 환경부가 중국 정부에다 미세먼지를 줄이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정부가 직접 나서기 껄끄럽다면 지방자치단체나 환경단체의 국제 협력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중국·몽골·일본과 북한까지 포함하는 동북아 미세먼지 대책기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발 미세먼지의 영향도 국내 경유차만큼이나 된다. 북한 핵무기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안보 이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