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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종이가 순식간에 '500유로'… 외교관 사칭해 사기친 일당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1일 `블랙머니`라고 속여 피해자 3명에게 1억1700만원을 빼앗은 혐의(사기 등)로 체포된 라이베리아 국적의 A씨(39)가 갖고 있던 현금과 범행에 사용된 검정색 종이. [사진 충북경찰청]

지난달 31일 `블랙머니`라고 속여 피해자 3명에게 1억1700만원을 빼앗은 혐의(사기 등)로 체포된 라이베리아 국적의 A씨(39)가 갖고 있던 현금과 범행에 사용된 검정색 종이. [사진 충북경찰청]

외교관을 사칭해 62억원 상당의 ‘블랙머니’를 나눠 갖자며 속인 뒤 돈을 빼앗은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시리아 외교관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 “블랙머니를 실제 돈으로 만들려면 특수약품이 필요하다”고 속여 3명에게 1억1700만원을 빼앗은 혐의(사기 등)로 라이베리아 국적 A씨(39)와 B씨(42)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1일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여관에서 한국인 김모(52)씨를 불러 블랙머니 1만여 장이 들어 있는 상자를 보여줬다. A씨는 이 중 일부를 꺼내 검은색 종이에 세정제를 뿌려 세탁하는 척하면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500유로(한화 62만원) 3장을 보여줬다. 검은색 종이에 약품을 칠하면 실제 현금이 도출되는 ‘블랙머니→현금 소환’ 수법으로 김씨를 속인 것이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김씨 등 3명에게 특수약품 구입 명목으로 1억1700만원을 빼앗았다. 피해를 당한 김씨는 경찰에서 “진짜 돈이 되는 것으로 믿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김씨 등 피해자들은 페이스북 친구맺기를 통해 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공범이 페이스북 상에 미모의 여군사진을 올린 뒤 “IS 소재를 추적하다 지하에서 발견한 불법자금을 한국으로 보내겠다. 약품 처리하면 500만유로(한화 약 62억원)를 만들 수 있으니 세관통과 및 약품처리 비용을 투자해 반씩 나누자”고 유혹했다. 이어 외교관을 사칭한 A씨가 접근, 블랙머니를 현금으로 바뀌는 장면을 시연하며 피해자를 속였다.

지난 1일 김씨에게 추가 범행을 하려다 붙잡힌 A씨 등은 검은색 종이 1만장이 든 상자를 갖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사용한 블랙머니는 실제 검은색 도화지를 자른 것에 불과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잠시 심부름을 시킨 뒤 검은색 종이와 현금을 바꿔치기 했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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