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중고 거래 소액 사기, 제가 직접 당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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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사

주머니가 가벼운 10대들은 중고 거래를 애용합니다. 저도 최근 커피전문점 S사의 다이어리를 손에 넣기 위해 네이버의 유명 중고 거래 카페를 찾았습니다. S사의 다이어리는 커피 17잔을 마시고 스티커 17장을 모으거나, 3만2500원의 거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다이어리를 더 저렴하게 구하기 위해 부족한 스티커를 중고거래로 구하는 방법을 선택했죠.

카페에 스티커를 1장당 1400원에 구매한다는 게시물을 올렸죠. 글을 올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고, 앱 스티커 11장을 구입하기로 하고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차례 중고 거래 이용 경험이 있던 저는 사기기록 조회사이트 ‘더치트(thecheat.co.kr)’를 이용해 판매자의 전화번호를 조회했습니다. 판매자의 번호로는 사기기록이 없었기에 선뜻 선입금을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3시간을 기다려도 구매한 스티커는 도착하지 않았고, 판매자(피의자)에게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답니다.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 사기피해사례 공유 목적으로 게시된 정보글을 통해 온라인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 [사진=더치트 홈페이지 캡처]

아차, 계좌번호로 사기기록을 조회하지 않았던 것이 큰 실수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더치트에서 계좌번호로 사기기록을 조회했더니 수많은 리스트가 나왔습니다. 판매자는 1만5400원을 꿀꺽하고 말았습니다. 소위 ‘중고나라 소액 사기’를 당한 거죠.

땅을 치며 울분을 삼키는 가운데, 하루 뒤 또다시 중고나라에 스티커를 구한다는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제 휴대전화번호 대신 안심번호를 올려놨죠. 그런데 어라, 이 사기꾼이 저인줄 모르고 또 판매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겁니다.

신고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쌓여갑니다. 1만5400원 때문에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할 것인가. 그러나 이번엔 기사를 쓰기 위해서라도 직접 나서보기로 했습니다. 소액 사기 신고 후기를 시작합니다.

스무 살도 되기 전 경찰서에 갈 줄이야

사기를 당한 다음날 바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을 찾았습니다. 바로 피의자를 신고하기 위해서죠. 사실 사기를 당한 당일 바로 사이버경찰청 홈페이지(>http://cyberbureau.police.go.kr) ‘사이버범죄신고·상담’ 메뉴에서 이미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의 신고는 민원을 넣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식으로 신고하려면 경찰서에 직접 가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파출소는 사기 신고를 받지 않습니다. 경찰서로 가야 합니다.

경찰서에서의 신고 절차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기 당한 내용과 통장 입금 내역, 피의자와 주고받은 문자 내역 증거를 제출하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돌아온 경찰 안내 문자로는 접수처리가 되는데 하루, 사건이 관련 관서로 이관되는데 일주일, 조사에는 한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문자 서비스는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던 끝에 석달만에 지방검찰청으로 직접 연락해 물어봤습니다. 알고 보니 그 사이 경찰서에서 지방법원으로 또 이관 절차를 거쳤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제 돈을 사기당해서 신고했는데, 최종결과를 제가 모른다니 약간 의아했습니다.

사건의 피의자는 약식재판(약식재판: 어떤 건에 대하여 판사가 일방이 옳다고 인정하고, 그 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법정재판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 검사의 청구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벌금, 과태료 등의 결정을 법원이 내리는 것)에서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피의자가 벌금형을 받았다 하더라도 저는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거였죠. 게다가 피의자에게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습니다.

돈도, 미안하다는 말도….

형사 사건에서 약식재판으로 벌금형만 받게 된 경우,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법률구조공단의 구제로 무료소송을 진행한다고 쳐도 3만 원이 넘는 인지대와 송달료는 제가 부담해야 합니다. 총 비용은 피해 청구 금액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소액의 사기 사건이기 때문에 제가 피해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꼴입니다. 이런 부담 때문에 소액 중고거래 사기를 당할 경우 돈을 돌려받길 포기하는 이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왜 저는 사기를 당하고도 사과를 받지도, 돈을 돌려받지도 못하는 걸까요. 억울하기만 합니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와 같은 개인의 중고거래를 위한 커뮤니티가 생길 정도로 개인간 중고거래가 활성화된 지 오래됐지만, 아직까지도 소액거래 사기를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들의 불만은 하루가 다르게 쌓여갑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선미화 경감은 직접 만나 거래하는 게 사기 당할 위험이 가장 적다고 전제한 뒤 ”택배 거래시 사이버캅을 이용해 거래 계좌와 전화번호의 사기내역 조회, 판매자 판매이력을 확인하라"고 말했습다. 또 "계좌이체시에는 수수료가 들더라도 에스크로 등 안전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되, 판매자가 보내준 링크는 사용하지 말고 해당 사이트를 직접 검색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글=김성사 TONG청소년기자 당수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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